정신과 영역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2012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마련한 보험위원회 공청회에서 이근영 한림의대 교수는 “저수가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태도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가 ▲의사비용과 병원비용이 분리되지 않는 점 ▲병원이 개방형으로 운영되지 않는 점 ▲의료 전달체계가 확립돼있지 않는 점 ▲대부분 사립병원으로 운영되는 체제 등의 이유로 “수지가 맞지 않는 중증환자는 타병원으로 이송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선택적 포괄 수가제를 시행하는 병원에서 흔히 있었던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국이 일본 다음으로 재원일수가 길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긴 재원일수를 줄이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재원일수를 줄이려면 재원일수에만 초점을 맞춰 현 행위별수가제에서도 얼마든지 조절할 방법이 있는데, 진료비 지불제도까지 바꾸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또 “현행 선택포괄수가제를 대학병원까지 구태여 시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을 포함한 모든 종합병원에서 포괄수가제를 당연적용시하면 현행과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연자로 나선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포괄수가제에 대해 “정부가 의료공급자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포괄수가제에 대해 “아직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중”이라며 “원래 목적은 경영난을 겪는 공공병원의 경영타개책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수가뿐만 아니라 참여인센티브를 전체비용의 5%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보험(임의비급여)을 포괄수가제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참여인센티브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신포괄수가제는 10만원을 기준으로 넘으면 20%만 포함시키고 나머지 80%는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
앞으로의 발전방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15년 동안 병원들에 포괄수가제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는데 많은 참여가 있었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이는 종별 인센티브 등을 적용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또 전문병원에 대해서도 “전문병원 지정제 이전부터 주요 전문병원들이 참여했다”라며 “환산지수를 통해 1년마다 계약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형태의 조정기전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근영 교수가 지적한 비용분리문제에 대해서도 “의사비용과 병원비용을 분리하는 방안 역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7개 질환에 대해 환자분류체계만 74개로 만들었다”며 “7개 질환에만 적용해서 세밀한 분류가 가능했다”라며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다른나라는 이렇게 세밀하게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원가체계 자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수가를 인상한 것은 비급여 등이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에 “앞으로 수가체계에 대해 논의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종인 강원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한국에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할 때 정신과의 여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료비 절감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신보건서비스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정신보건서비스 특성상 서비스의 경제학적 평가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괄수가제 도입과 관련해 정신과 적용에 대해 ▲정신과 진단에 주관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 ▲질환의 중증도에 따른 입원기간의 산출이 어렵다는 점 ▲외래에서 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도 병원이나 치료자의 편차가 존재해 변이가 크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