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사용이 불가피한 자궁유착방지제에 대한 사용기준이 의료현실에 맞지 않아 병원과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착방지제를 사용할 경우 원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것.
지난해 6월 일부 산부인과병원장들은 자궁유착방지제와 관련해 부당청구를 했다는 이유로 3억 38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처분받았고 이에 억울하다며 서울 행정법원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현재 소송 중이다.
자궁유착방지제란 산모가 수술한 이후 유착이 우려되는 부위에 삽입해 세포가 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의약품이다. 자궁유착은 불임이나 무월경, 습관성 유산 등을 초래할 수 있고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의약품이다.
그러나 김재연 산부인과 법제이사는 “현재 포괄수가기준에 따르면 산부인과 입장에서 의학적 필요에 따라 유착방지제를 사용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착이 심한 환자는 유착 방지제가 2~3개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착 방지제의 사용이 원가 이하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제왕절개분만수술에 사용되는 자궁유착방지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 기존 행위별 수가제에서 제왕절개분만 산모의 10명 중 2명(19.3%) 꼴로 사용되었고 평균 23~28만원의 비용을 전부 환자가 부담했지만 포괄수가에서는 전체 가격 중 약 5만2000원이 보험적용되어 환자 본인부담이 20%인 1만1000원만 내는 것으로 혜택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또 제왕절개분만의 입원비용은 합병증 정도와 입원일수에 따라 차이가 있고, 단순한 분만으로 별문제 없이 6일 입원 후 퇴원한 경우 진료비용은 자궁유착방지제 비용을 포함해 의원은 129만4,000원 ~ 211만4550원, 병원은 138만8900원 ~ 219만8570원이라는 것이다. 이중 20%를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에 김재연 법제이사는 “환자들은 20%만 본인부담을 하면 돼 당초 20만원이 넘는 금액이 1만원으로 줄었지만 이로 인해 병원에선 원가가 10만원이 넘는 유착방지제를 사용하면 할수록 손해가 된다”고 밝혔다.
원가가 15만원 (가딕스 guardix 1.5g )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포괄수가로 적용할 경우 5만2000원의 20%인 1만1000원만 내는 것으로 혜택이 커진 것이 아니라는 것.
또 지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비급여를 할 수 있는 절차와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치료의 시급성과 기준 개정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 필요성과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어 김 이사는 “수술 후 합병증(자궁유착 등)이 뻔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의사로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업윤리의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재료비가 고가이지만 의학적으로 그 사용이 불가피하고 환자에게 동의를 구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한 태도가 문제”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오는 11월 29일 서울 행정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