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서울시의사회 산하 각 구의사회 정기총회가 지난 28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새정부 출범즈음 열린 올해 정기총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와 우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회들이 회원들의 폐업과 신규회원들의 미가입, 기존 회원들의 회비 미납 등으로 재정확보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 예전보다 어려워진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2013년 구의사회 정기총회는 지난 2월19일 ‘강북구 의사회 정기총회’를 시작으로 2월28일 ‘강남구·강동구·관악구·은평구의사회 정기총회’까지 총 25개구에서 9일간 진행됐고 각 의사회는 2013년 사업계획과 예산(안), 서울시의사회 건의(안) 등을 채택·확정했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교차
올해 총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개원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많은 구의사회 회장들은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새로운 의료환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포괄수가제, 액자법, 응당법 등 의료계를 옥죄는 제도들이 탄생한데 따라 새 정부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국민의 복지요구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공급자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4대 중증질환 국가전액보장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공약한 현 정권의 의료정책 기조가 자칫 개원가의 희생을 더욱 가중시키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부분의 의사회에서 회비미납 문제 ‘골머리’
“마음 같아서는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지난달 27일, 동대문구의사회 윤석완 회장은 총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회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참 어려워진 개원가의 현실을 반영하듯 대부분의 의사회에서 회원들의 신입 및 정기 등 회비미납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미가입과 폐업회원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기총회에서는 어김없이 각 의사회장들이 회원들의 회비납부를 독려하고 미가입회원들의 가입을 독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신입회원들이 구의사회에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기존회원들도 미납회비가 밀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구의사회는 일부 이사들도 회비를 내지 않아 서로 민망한 분위기가 총회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대부분 긴축재정
올해 구의사회의 예산(안)은 최하 3000만원대에서 1억대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회들이 미가입과 폐업회원의 증가로 예산안을 전년도보다 감액하거나 증액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으로 긴축운영하기로 예산을 짠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용산구의사회(회장 차성은)등 일부 의사회는 구의사회 정회원 및 구의사회비 납부자에 한해 면허신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시의사회 건의사항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리베이트 근절선언, 건정심 탈퇴 등 의협 행보 “부담스러워”
리베이트 근절선언과 건정심 탈퇴와 복귀 등 현 의협 집행부의 과감한 행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대문구의사회 의사회 황주연 회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근절선언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일축했고 현 노환규 의협회장에 대해서는 “구의사회 회장 등의 경험이 없어 회원들의 정서를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대문구의사회 윤석완 회장도 “건정심에서 탈퇴할 때는 뭔가 이루어내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탈퇴해야 한다”며 의협의 건정심 복귀는 별 의미 없이 슬그머니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양천구의사회회장도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입을 금지한다는 스티커 하나 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 노환규 회장이 보수층과 진보층의 회원을 잘 타협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 리베이트 근절선언과 건정심 탈퇴와 복귀도 정부와 타협을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제스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요휴무 인정가산료 인정, 보건지소 예방에 힘쓸 것”
올해 시의사회 건의사항은 주로 ▲토요일을 공휴일로 적용해 가산진료비 지급 ▲보건소는 진료기능보다 예방사업에 힘쓸 것 ▲65세 이상 본인부담 1만5000원 기준을 2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 ▲의료급여 지급 지연 문제를 해결할 것 ▲수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것 등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울시의사회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여 각 구 의사회는 장학금 전달식을 빠짐없이 치뤄내며 회원들의 흐뭇한 미소를 이끌어 냈다. 또 대부분의 의사회가 매년 진행하는 의료봉사활동도 더욱 확대해 진행할 것이라고 사업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미가입회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처럼 올해 구의사회 총회에서도 매년 참석하는 회원들의 얼굴만 볼 수 있을 뿐 새로운 얼굴을 보기는 매우 어려웠다. 신입회원들의 회원가입 뿐만 아니라 기존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의사회 활동에 참여해 의사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