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의료수가를 높이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15일 열린 제60차 충청북도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최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며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전했다.
13일 정책토론회는 김용익 의원의 주최로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및 학자들이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이날 행사에 노 회장도 내빈으로 참석했다.
그는 토론회에 참석한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진보 측의 주장이 그동안 의협이 주장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보성향의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적잖은 놀라움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그동안 정치성향에 있어 전통적으로 보수색깔을 지향해 온 의사들이 의료수가를 높이면 국민부담을 늘린다고 반대해 온 진보진영의 입장과 막연히 다를 것이라고만 생각해 무조건 반대해왔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사실 의사들의 주장과 진보진영의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의료비가 발생하는 시점에 국가가 개인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않고 무작정 개인에게 부담을 떠넘겨왔기 때문에 턱없이 적은 재정으로 국민과 의사만 힘들어했다는 것.
그에 따르면 그동안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생각하고 그 원인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회장은 지난 2009년 데이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OECD주요 국가 중 끝에서 7번째로 수가가 낮은 국가로 OECD 평균 수가의 58%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외래이용률은 OECD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민들은 의료비가 부담된다며 진료수가를 높이는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우리나라의 의료 재난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병이 발병했을 때 재난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진보성향 시민단체 및 언론인들과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하며 공감을 이루어냈다고 밝혔다. 바로 의사와 진보진영의 주장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의사들이 지금까지의 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암울한 현실의 근본적 문제를 정확히, 그리고 올바르게 진단하고 국민과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3조9천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건보공단의 실적은 결국 누군가의 혜택을 빼앗고 또 누군가에게는 진료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이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선 의사들도 현재의 의료현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많은 회원들의 기대를 받으며 의협회장으로 취임했지만 그동안 많은 잡음이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항상 왜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다며 결국 의료계의 입지를 넓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점점 악화돼가는 의료환경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의사들이 편법으로 극단적인 저수가를 견뎌왔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