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골수성 백혈병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DNA 분자가위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국대 생명특성화대학 특성화학부 생명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항암제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DNA 분자가위를 개발해 표적 항암제 글리벡과 함께 투여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
연구팀은 글리벡이 잘 듣지 않는 돌연변이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생성하는 점 돌연변이 RNA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 절단하는 DNA 분자가위를 설계해냈다.
DNA 분자가위(DNA molecular scissor)는 표적 RNA 가닥과 결합해 RNA를 선택적으로 절단할 수 있는 올리고 DNA 분자로 올리고디옥시리보자임 또는 DNA 효소(DNAzyme)라고 하는데 DNA 분자가위를 글리벡과 함께 글리벡 내성 백혈병 세포에 도입한 결과 글리벡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고 백혈병 세포가 세포자살 과정을 통해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체 길이 36개 염기에 해당하는 DNA 분자가위 T315I DNAzyme은 글리벡 내성을 일으키는 티로신 키나아제 T315I 점 돌연변이 염기(U)에 특이적으로 결합하게 디자인 돼 T315I DNAzyme을 표적인 RNA와 섞어 시험관 내 RNA절단 실험을 수행한바 표적 돌연변이 RNA (ABLT315I RNA)를 절단하는 DNA 분자가위로서의 활성을 확인했다.
백혈병 세포 내에서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돌연변이 티로신 인산화 효소를 만드는 점 돌연변이 RNA를 선택적으로 절단해 제거함으로써 백혈병 세포가 더 이상 돌연변이 티로신 인산화 효소를 생성하지 못하고 세포분열을 멈추어 세포자살에 이름으로써 항암제 내성 돌연변이 백혈병 세포들의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돌연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진 후 그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기 보다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 RNA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단백질의 생성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글리벡 내성 백혈병 세포 내로 T315I DNAzyme을 도입해 세포를 배양한 결과 표적 RNA와 돌연변이 티로신 키나아제의 발현 수준 모두를 감소시켰으며, T315I 돌연변이체 RNA에 작용해 이를 절단하는 T315I DNAzyme은 글리벡 내성 백혈병 세포들의 세포 분열을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혈병 세포 내로 도입된 T315I DNAzyme가 돌연변이 티로신 키나아제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조절되지 않던 백혈병 세포의 증식을 멈추게 했고,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caspase가 활성화 되어 글리벡 내성 백혈병 세포들의 세포자살에 이르게 됨을 확인했다.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맞는 염기와만 결합하는 핵산의 특성을 이용해 타깃이 되는 돌연변이 RNA 염기서열에 꼭 맞는 20개 정도의 염기들로 구성된 DNA를 포함하는 핵산 분자가위(전체36개 염기)를 디자인해 해당 돌연변이 부위에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우 추가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분자가위의 염기서열을 맞춰 변경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더욱 높다는 설명이다.
원하는 부위에 결합한 후에는 DNA 분자가위가 가진 RNA 절단활성을 이용해 RNA 사슬의 인산결합을 끊어 결국 돌연변이 티로신 인산화 효소를 만드는 돌연변이 RNA는 절단되고 이로써 돌연변이 인산화 효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또 핵 안에 존재하는 DNA와 달리 핵 밖에 존재하는 RNA를 타깃으로 할 경우 분자가위가 핵 안까지 들어가서 유전자를 절단할 필요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제거 효율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글리벡 내성 백혈병 세포들에 표적 RNA를 절단하는 T315I DNAzyme과 글리벡을 동시에 처리했을 때, 단독으로 처리할 때 보다 항암제 내성 백혈병 세포의 증식억제와 세포 사멸 효과의 시너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백혈병 유발 단백질을 생성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DNA 분자가위로 선택적으로 절단함으로써 백혈병 유발 단백질을 생성 이전 단계에서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건국대 생명공학과 김동은 교수 주도하에 윤수진 박사과정 학생과 김지은 석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핵심)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Nature 자매지인 혈액학 및 종양학 분야 저널 백혈병지(Leukemia) 3월 2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에는 건국대학교 의대 조요한 교수 및 가톨릭대 의대 김동욱 교수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논문명은 ‘Cleavage of BCR–ABL transcripts at the T315I point mutation by DNAzyme promotes apoptotic cell death in imatinib-resistant BCR–ABL leukemic cells’이다.
연구팀은 이번 기초연구 수준에서의 세포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동물실험 등을 통해 바이오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연구에서 얻어지는 RNA절단 기능성 올리고디옥시리보자임을 활용하는 후속연구로서 암세포 및 바이러스 특이적으로 과발현 되는 질병관련 유전자(mRNA)를 정확하게 타겟팅해 이를 제거하거나 단백질합성을 억제하는 신개념의 병원성 유전자 발현 억제연구와 기술개발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추가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환자의 자가골수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항암 치료와 더불어 보조항암제로서 이용할 경우 항암제 내성을 지니는 미세잔류백혈병 세포의 제거에 기여할 수 있어 이를 제약회사에 기술 이전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핵산치료제로서 개발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은 조혈모세포의 염색체 이상으로 골수 내에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으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46개의 염색체 가운데 9번 염색체와 22번 염색체의 일부가 서로 자리바꿈해 형성된 필라델피아 염색체상의 Bcr-Abl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잘못된 티로신 인산화 효소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효소가 제어되지 않고 계속 활성을 띄면서 세포분열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한편 세포자살은 억제해 백혈구의 과도증식을 초래하게 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표적 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세포분열이 활발한 만큼 분열과정에서 원인유전자에 추가적인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높은데 글리벡에 대한 내성을 갖는 점 돌연변이가 백혈병 세포 유전자에 생기게 되면 더 이상 항암제가 듣지 않고 골수나 조혈모세포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 된다.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는 세포의 유전자 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바뀌어 생기는 돌연변이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원인 유전자인 Bcr-Abl 융합 유전자에 글리벡 내성을 일으키는 40여개의 점 돌연변이가 알려졌으며 대부분은 다른 항암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Bcr-Abl 융합 유전자 DNA 서열의 ACT가 ATT(RNA 서열은 ACU가 AUU)로 바뀌어서 티로신 인산화효소 315번째 아미노산 트레오닌이 이소류신으로 바뀌는 점 돌연변이(T315I)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항암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글리벡 유도체나 다른 인산화효소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들을 개발·사용해 왔으나 일부 점 돌연변이를 일으킨 백혈병 세포는 여전히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보이며, 특히 ‘T315I’와 같은 점 돌연변이를 일으킨 백혈병 세포에 작용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아 점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항암제 내성 단백질(티로신 인산화효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거나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은 숙제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