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현황을 살펴본 결과,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서도 공여국 중심주의나 상업주의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는 29일 열린 국제보건의료학회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의 ODA가 주로 1차 보건의료 서비스에 국한돼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분야의 ODA 평균 지원액수는 약 7900만달러로 이는 전체 ODA 지원규모인 6억8100달러의 11.6%에 해당한다.
또 이중 95.8%는 Health general이나 Basic general 등에 지원된 것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의 ODA는 대부분 1차 보건의료서비스나 의료 기자재, 시설 등 기초의료 서비스에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의 보건의료 분야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환경보건, 가족계획, 보건의료제도, 에이즈 및 전염병 퇴치 등에 쓰이고 있었고 영국도 감염병 대책이나 모자보건 및 생식보건, 보건제도 개발 및 부흥 등에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일본, 호주, 캐나다, 스웨덴, 독일 등도 마찬가지였다.
최 교수는 외국의 지원형태는 ▲보건의료제도의 통치구조 강화 ▲취약한 보건의료서비스 개발 ▲지역사회 및 주민에게 보건의료서비스 관련 권한 부여 ▲주요 전염성 질병 통제 ▲생식보건향상 등의 공통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ODA보건분야 허핀달 지수 및 상위 5개국에 대한 비중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의 보건분야 ODA가 몇몇 국가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상위 5개국에 67%, 상위 10개국에 84.7%가 집중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허핀달 지수는 특정 국가나 특정산업에 대한 수출집중도를 지수화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독과점 여부를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하거나 집중도 개념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사용 가능하다.
최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 볼때, “우리나라의 ODA는 결국 경제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진국의 ODA형태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보건의료서비스를 수혜국에 지원한다기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자원조체제 내에서의 위상과 역할 강화 ▲비교우위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정책일관성 제고 ▲ODA사업과 민간부문의 연계 ▲G20 개발의제와 한국 개발 경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분야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한편, 자금세탁과 조세회피 등을 대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