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흡연 피해자 소송을 진행하게 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시아 최대 규모 역학연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손실액이 연간 1조 6,914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험자 역할을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비용 구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는 27일 오전 10시, 본부 대강당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건보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학연구조사를 발표해 흡연으로 인해 암 발생률이 최대 6.5배 증가했고, 진료비 지출 역시 지난 2011년에만 1조 6,914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에 정미화 변호사(남산법무법인)는 “흡연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손실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건보공단이 담배회사 등에 손해배상 비용 구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금액을 건보공단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흡연으로 인한 피해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피해액수를 산정하기 어려웠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역학연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확실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번 세미나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영향과 의료비 부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논의하고 국민건강증진 및 의료비 절감을 위한 공단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흡연이 개인과 사회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건강보험 진료비에 얼마나 큰 손실을 안겨주는 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를 위해 공동연구를 수행한 건보공단과 연세대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역학연구조사를 진행해 한국인 130만명에 대한 지난 19년간의 흡연으로 인한 질병발생 경과를 추적했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조발표에서 “흡연으로 인해 후두암, 폐암 등 암에 걸릴 위험이 6.5배에서 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지난 2011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조 6,914억원으로 계산되었는데 이는 2011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밝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역시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빅데이터 연구조사에 주 연구자로 참여한 지 교수는 역학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 역시 “흡연으로 인해 증가한 의료비를 결국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가 추가 부담하고 있다”며 “가입자의 대리인의 역할을 하는 공단이 가입자의 건강 증진과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흡연 문제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 주셨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김 이사장이 건보공단의 흡연 피해자 소송 제기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흡연자는 담배 한 갑에 354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 부담액이 건강증진기금으로 들어가지만 담배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며 “이러한 부분을 포함해 앞으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