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들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의료행위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는 적용하지 않는 현 제도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뇌종양 말기환자인 아버지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목 졸라 숨지게 한 20대 아들이 죄책감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버지를 살해한 정확한 동기는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촉구했다.
한국 말기암 환자의 현황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암환자는 100만 여명에 이르며, 해마다 7만 여명이 말기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나 가족들의 고통과 두려움이 심각한 현실이지만 말기암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간병을 지원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제도가 없어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현실이다.
또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역시 연명의료 결정절차에 대한 제도화가 미비해 많은 수의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으면서 임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에서 임종하는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말기암 환자들은 제대로 된 통증조절을 받을 수 없어, 대부분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 임종을 맞이한다.
가족들 역시 이를 목격하며 고통을 겪고 여기다 간병에 수반되는 부담으로 가족 간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회는 ‘말기암 아버지 죽인 아들 사건’과 같은 유사한 비극적인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임종하는 말기암 환자의 어려움
학회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80%이상의 말기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데도 연명의료 결정절차에 대한 법제화가 되어 있지 않아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불필요한 연명의료행위로 인한 또 다른 고통을 받으면서 죽음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연명의료 결정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다만 “병원 입원 말기암 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행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
학회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기를 원하는 말기암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를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선진국들은 말기암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간병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공호흡기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도, 정작 말기 암환자에게 필요한 호스피스 진료는 건강보험에 수가조차 반영되어 있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주위에서 비슷한 상황에 내몰리고, 평생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비극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