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미국의 포괄수가제를 무리하게 우리나라 포괄수가제에 적용하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민응기 교수는 27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제99차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포괄수가제에 대응할 산부인과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민 교수는 한국형 포괄수가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65세 이상 노인환자 대상의 획일화된 Medicare(메디케어)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 위한 미국의 DRG를 무리하게 우리나라에 도입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부인과 영역의 포괄수가제 분류는 자궁수술과 제왕절개로 단순하게 획일화되어 산부인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포괄수가제는 가임기 여성의 월경생리와 임신 및 출산, 여성관련 수많은 호르몬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다양한 부인과 질병들을 헤아리지 못한다.
65세 이상 이상의 노인층을 대상으로 시작한 미국 포괄수가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응기 교수는 수가 논리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순수하게 의학적이고 진료현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분류체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도 ▲제왕절제술과 자궁수술 등 3개 질병군으로 분류되는 포괄수가제 적용 질병군이 산부인과 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 ▲제왕절개술의 주진단명 코딩애 따른 문제점 ▲로봇수술에 대한 무리한 포괄수가제 적용 등을 포괄수가제가 산부인과에 미치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민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수가를 걱정하며 이야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착잡하다”며 “포괄수가제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점차 확대되는 제도인데도 우리나라에서 큰 저항에 부딪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가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저수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저의 수가로 양질의 진료를 강요하는 모순적 결과는 행위별 수가를 토대로 비급여 진료부분까지 억지로 급여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수가를 통제하고자 하는 정부의 어긋난 목적에서 초래됐다는 것이다.
그는 포괄수가제를 합리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위별 수가에 구애받지 않고 우선 해당 질병군부터 별도의 원가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응기 교수는 “포괄수가제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의료비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포괄수가제가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면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심도 있는 고민이나 경험없이 시급하게 제도가 도입됐다”고 지적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포괄수가제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전문연구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민 교수는 “우리 의사들은 무엇보다 진료를 열심히 하며 선택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고 국민과 정부를 설득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