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실려 온 사람을 다시 일으켜 밖으로 걸어나가게 하는 의사는 외과의사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못된 의료정책이 외과의사들의 자부심을 모두 무너트려버렸어요. 이런 현실에서 희망을 갖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동윤 회장은 29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추계학술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외과의 암울한 현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밝힌 대로 우리나라 외과의 현실은 참담하다. 지난해 후반기 대한외과의사회에서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원 외과의 폐업률은 27.5%로 전체 개원의들의 평균 폐업률인 약 10%의 세 배에 육박한다.
또 외과 간판을 달고 진료영업을 하는 외과개원의도 점점 줄고 있다. 심평원이 발표한 올해 개원실태통계에 따르면 외과 전문의이면서 외과를 표시하지 않고 개원한 외과의사가 10명 중 5명이나 된다.
나머지 외과의사들은 대부분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을 진료과목으로 내걸고 보톡스나 지방흡입술 등 미용시술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메스를 들고 생명과 가장 직결된 의료행위를 하는 외과의사가 칼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의사의 꽃으로 인식되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대로 가다간 외과 1차 의료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동윤 회장은 “잘못된 의료정책이 과거 전공의 시절 외과 수련을 받을 때의 자부심이나 미래에 대한 알찬 꿈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며 “극단적인 저수가 체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외과를 살리고자 한다면 진정성을 갖고 의료계와 대화하며 문제의 근원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가협상에 있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지금처럼 법적으로 자문기관에 불과한 건정심의 결정에 완전히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땜질 처방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정성과 진정성을 갖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외과를 살리기 위해 장기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과 진료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지 이번 대한외과의사회 학술대회도 복강경 수술이나 대장내시경 용종절제술, 봉합기치핵절제술 등의 전통적인 외과 술기뿐만 아니라 쁘띠수술, 주름, 비만, 성형시술 등도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동윤 회장은 “외과 전문분야의 최신 트렌드 뿐만 아니라 비보험 진료분야에 관한 정보와 실제를 많이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한외과의사회 학술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 4층 바로 밑인 3층에서는 마침 ‘2013 한중일미용외과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1시께 벌써 한산해진 외과의사회 학술대회와 달리 미용외과학술대회에는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새로운 미용성형술기를 배우기 위해 북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