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는 헌혈실적을 채용이나 승진에 반영하는 등 헌혈을 강요해 온 대한적십자사이지만 정작 수장인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취임 후 헌혈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28일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적십자사 직원 헌혈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적십자사 직원 3342명의 59%가 4회 이상의 헌혈을 했고 이중 31-50회가 312명, 51회 이상이 230명으로 많은 직원들이 헌혈에 적극 동참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지난 해 기준 277만2608명이 헌혈에 참여해 5.4%의 헌혈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높은 참여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높은 직원들의 헌혈실적에 김미희 의원은 “인사고과반영이라는 동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 대한적십자사가 채용과 승진 시 헌혈횟수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해 직원들에게 무언의 강요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임원들의 헌혈기록은 유중근 총재의 헌혈 기록 0회, 김종섭 부총재 또한 0회, 김교숙 부총재의 헌혈기록은 1회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은 임원들의 전무한 헌혈기록과 채용과 승진을 위한 직원들의 수십 번의 헌혈기록과 대조된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에 대해 “혈액의 성분 중 한 가지 이상이 부족하여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다른 사람을 위해 건강한 사람이 자유의사에 따라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혈액을 기증하는 사랑의 실천이자,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라고 명시했다.
김미희 의원은 “이런 헌혈을 채용과 승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은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며 “또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채용과 승진에 불이익이 오도록 했다는 것은 또 다른 차별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수혈용 혈액의 경우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의약품의 원재료가 되는 혈액은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혈액수입실태를 보면 미국과 스페인으로부터 혈액 840,610L수입(620억 원)하여 의존율이 49.1%에 달하고 있다.
김미희 의원은 “이런 현실에서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은 모범이 될 사안이나 채용과 승진에 반영됨으로써 순수한 봉사와 사랑의 실천정신이 퇴색되어 보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적십자사는 헌혈실적 인사고과반영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국민의 헌혈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