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남성의 출생 시 기대여명이 저소득층 남성보다 평균 9.11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여명이란 일정 연령의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평균 생존연수이며 출생 시 평균 기대여명을 평균수명이라고 한다.
강영호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사진)는 5일 오전 10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하 대강당에서 ‘빅데이터의 소득수준을 이용한 기대여명 차이 분석 및 건강형평성 지표로의 활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된 건강보장정책 세미나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여명의 차이와 연령별, 사망원인별 기여도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소득수준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를 분석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소득수준 간 기대여명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9.11-9.73세, 여성의 경우 3.81-3.82세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강영호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에 따른 사망률 격차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의 건강보험료가 사회계층격차를 상당히 잘 반영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의료급여 대상자의 기대여명이 매우 낮게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유형별 기대여명 격차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직장가입자와 남성 의료급여자의 기대여명 격차는 무려 19.77세에 달했다. 여성 직장가입자와 여성 의료급여자의 기대여명 차이 역시 10.67세에 달했다.
강영호 교수는 “지역가입자나 의료급여자에 노년층이나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 기대여명의 격차를 매우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는 우리사회의 극명한 사회적 양극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통해 국가건강목표 상 건강형평성 대표지표를 생산가능하고 건보공단에서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책적 기대효과와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여명 불평등 모니터링 체계의 존재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학술적 기대효과를 동시에 거두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소득수준별 기대여명 격차의 시계열 추이 분석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앞으로 불평등 기전과 소득수준별 사망률 및 기대여명 격차에 대한 주요 위험요인의 기여도 등 관련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흡연, 음주, 운동, 비만,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건강형평성에 관란 건강지표를 구축했고 앞으로 빅데이터를 통해 적절한 건강정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최경희 이화의대 교수는 “그동안 관련 연구자들은 정확한 소득자료를 이용한 건강불평등 연구에 목말라 있었다”면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소득 불평등수준을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소득 차에 따른 건강격차를 설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효과적인 건강불평등 정책이 세워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득수준과 관련한 건강불평등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건강수준격차의 변화추이와 어느 질병에서 문제가 되는 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소득격차가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건강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처럼 건보공단과 같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건강불평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에 관심을 보여주면 관련 연구들이 뒤따를 것”이라며 건강지표를 생산하는데 있어서의 공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 역시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수준이 낮다는 것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고 평하며 “연구결과를 통해 형평성있는 건강정책으로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한다. 앞으로도 공단이 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공단은 1조3천억 건에 이르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가 도출되어 공단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다”며 건보공단의 수장으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냈다.
또 “공단이 가진 빅데이터는 관련 연구와 건강보험 정책 수행에 많은 뒷받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건강관련 지표개발을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체계구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