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부인암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11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이 소폭 줄고,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부인암은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이 그 뒤를 잇고 있다.
'2012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10년 한해 동안 자궁경부암 발생건수는 3,857건으로 자궁관련 암 중에 여전히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했지만, 추이를 보면 1999년~2010년 사이에 4.1%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경우 보건이나 위생상태가 좋고, 예방 백신으로 일정 부분 예방이 되어 자궁경부암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고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궁내막암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91년에 132건, 2005년에 1,146건, 2010년에 1,616건이 발생해 약 10년 사이 10배 이상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인암센터 박상일 과장은 “자궁내막암의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게스테론의 길항작용(상반되는 2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여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작용) 없이 에스트로겐만이 많이 분비되면 자궁내막을 과도하게 자극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에스트로겐은 난소뿐만 아니라 지방세포에서도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점차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비만이 늘고 있으며, 저출산의 영향 등으로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는 환경이다”고 덧붙였다.
가족 중에 자궁내막암,유방암,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전적으로 자궁 내막암 발병률이 높으므로 20세 이상의 성인여성의 경우 적어도 2년에 1회 이상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진이 ‘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암역학, 생체 및 예방저널)’ 11월호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소다수나 설탕음료를 많이 마시는 여성은 자궁내막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86년부터 2010년까지 23,000명의 폐경 후 여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주일에 1.7회 이상 설탕이 든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78% 더 높았다고 밝혔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박상일 과장은 “비만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자궁내막암 위험도 높아진다. 지나치게 설탕이 많이 첨가된 음식은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소암의 경우, 빈도는 전체암의 8% 정도로 자궁경부암보다 낮은 편이지만, 늦게 발견되는 특징이 있어 여성암 사망의 47% 이상을 차지한다.
박상일 과장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월경 시기가 빨라지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등도 난소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또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 여성의 경우 난소암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보통 인구에서 일생 동안 난소암이 발생할 확률이 약 10%인 것에 반해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의 난소암 발병 위험은 각각 36~46%, 10~27%로 월등히 높다.
지난해 4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14개국에서 난소암 환자 2만5천명과 건강한 여성 8만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 논문 47편을 분석한 결과, 키가 크고 과체중인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신장은 5cm가 늘어날 때마다 난소암 위험은 7%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난소암 위험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