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과 의약분업의 역사 속에서 정부는 비용을 의사에게 떠맡김으로써 의료보험 때는 비보험과 할증의 편법으로, 분업 이후엔 리베이트라는 편법으로 적자를 보전하도록 의사들을 떠밀었다는 역사적 고찰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문제는 단순하다. 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자기 돈 내고 공부하고 자기 돈 내고 병의원을 차린 의사들에게 정부가 강제계약을 통해 공공의료를 떠맡긴 것이다.”며 정부가 의사가 편법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는 시작할 때부터 적자였다.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저수가) 때문이었다. 그러나 1977년 의료보험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500명 이상 사업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대상환자가 전체 진료환자 중 7% 내외에 불과하여 다른 일반환자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서 공공의료의 손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노 회장은 77년 이후 어떻게 의료가 왜곡돼 왔는지 자세하게 기술했다.
7% 내외였던 공보험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1977년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과 300명 이상 사업장 근로자가 포함되었고, 1981년부터는 지역의료보험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점차 확대되었다. 이윽고 1989년에 이르러 공보험 대상자는 100%로 확대되었다.
전국민의료보험으로 확대가 된 후부터 파행과 왜곡이 시작되었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일반환자가 사라지자 의사들은 진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비보험과 약의 할증(주문량보다 더 많은 양의 의약품을 배송)으로 보충했다.
그런데 2000년, 의약분업으로 약의 할증을 통한 수입이 없어졌다. 주요한 편법 수익기반이 없어지자 병의원의 경영은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고, 파행과 왜곡은 본격화되었다.
적지 않은 개원가 원장들이 리베이트에 의존하게 되었고, 대형병원들은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수익부문을 늘려나갔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는 기본이고, 각종 비급여 검사와 수술 등 처치를 동원해야했으며 적은 시간 동안 많은 외래환자의 진료를 소화하는 박리다매는 저수가에 대한 병의원의 공통된 극복방안이었다.
노 회장은 “국민의 불만이 늘어났다. 각종 비급여는 100% 환자부담이므로 오히려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100% 국민이 공보험(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공보험 환자의 진료는 손실을 낳는다. 의사들은 편법에 의존해왔다.”며 왜곡에 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 회장은 “국민의 불만이 늘어나자 이제 정부는 그 편법을 칼질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방책이 우습다.”며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공보험 진료의 손실구조를 그대로 둔 채, 또 다른 편법을 의사들에게 제안한다는 것.
화장품 개발, 의료기기 납품, 의료기관 임대, 건강보조식품사업, 호텔업 등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손을 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병원을 달래기 위해 진료수익을 뒤로 빼낼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의사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노 회장은 밝혔다.
“의사들의 양심을 위협하는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는 것, 환자를 속이며 생색만 내왔던 정부가 이제라도 양심고백을 하는 것, 그것이 의사들이 원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더 물러설 곳이 있겠는가?”라며 의사들이 대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