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거대자본이 의료시장마저 잠식해 들어가고 있어 의사들의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다.
16일 대한의사협회가 ‘의협,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의사회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의료사회사 측면에서…’를 주제로 강연한 조병희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미국의사의 영향력 하락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자본에 의한 의료시장 재편’을 들었다.
조병희 교수는 “미국은 의사들이 의료의 수준을 너무 높여 정점을 찍었고 부가가치 또한 크게 만들었는데 자본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의사의 지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사의 사회적 힘이 (미국에 비해) 강하지도 않다. 자본(예 삼성의료원)이 들어 올 때 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야 했다.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등이 괴물처럼 커져가고 일차의료가 말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자본이 의료시장을 파고들어 의사들이 예속되는 데 멈추지 않고 의료체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자법인 투자활성화가 자본을 위한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헛말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사회 행사에서 연설할 정도로 미국의사들은 우리나라 의사들보다 훨씬 강력한 지위와 조직을 구축했다. 하지만 미래 전망이 없다. 급격한 지위 하락에 직면해 있다. 자본이 의료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사들은 30년전만 해도 지위하락을 전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12월15일 여의도에서 전국의사결의대회가 열린 것과 관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노조와 함께 (정부에 대항)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하지만 정부 뒤에 더 큰 세력인 자본이 있다. 본인이 14년전 의협과 싸울 때 의료자본이 커지면 의사들도 종속될 수밖에 없으니 일차의료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언급했다. 자본이 의료시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37년간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료계가 투쟁하는 것과 관련, “주변에 도와주는 세력이 없다. 한쪽에서는 의료산업화를 위해 자본(기업이익)을 대변하는데 어떻게 맞설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조 교수는 “개원가 위축이 수가가 낮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4차의료의 과잉공급과 독과점 때문에 1차의료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본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개원가가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왜곡의 해법은 의료전달 체계를 바로 잡는데 있고, 거대자본으로부터 의료시장이 독립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을 위해서도 의료는 자본의 논리가 아닌 공익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교수는 미국의사의 영향력 하락의 구조적 원인은 △자본에 의한 의료시장 재편 △똑똑해진 대중 △IT·BT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의 주도권이 실험실로 넘어가는 추세 등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