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아빠인 변호사가 출산 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임신한 부인의 담당 의사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변호사 정재웅(33)씨는 “행복추구권과 알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아내가 이달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정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임신 사실을 안 뒤 내심 ‘아들일까 딸일까’란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변호사로서 차마 의사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고 한다. 아내 역시 의사에게 누가 될까봐 검진을 받는 내내 한번도 성별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 변호사 부부는 당장 아기 옷가지를 준비하는 문제 등 난관에 부딪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말 의사를 찾아가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법에 의해 금지돼 있으므로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의사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출산이 겨우 한달 남은 시점에서조차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없는 현실은 지나친 것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던 정 변호사는 결국 지난 연말 의료법 19조의2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그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사회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급격히 퇴조하고 임신 8∼9개월 이후론 낙태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출산 직전까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부모의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임신 4개월 이후 성별 고지를 허용한 프랑스처럼 임신한 다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나 가족,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chlee@medifonews.com)
200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