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탐양(讀書探洋)
장자(莊子)’ 변무편(騈拇篇)에 있는 이야기 하나를 해볼까 합니다. 사내종과 계집종 둘이 함께 양을 지키고 있다가 둘 다 그만 양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사내종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계집종은 주사위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양을 잃었노라고 했습니다. 잘 아시듯이 ‘독서망양(讀書亡羊)’이라는 사자성어에 얽힌 일화입니다. 주사위 놀이를 하다 양을 잃은 계집종이야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책을 읽다가 양을 잃은 사내종이라면 학문을 중시하는 동양의 사회 분위기에서 용서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장자는 “이 두 사람이 한 일은 같지 않지만, 양을 잃었다는 결과는 똑같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양을 돌보는 일이 그들의 본분이기에, 책을 읽다 양을 잃은 사내종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의료계의 어지러운 상황과 맞물려 우리 의사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성현의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꼬인 실타래처럼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킨 복잡한 현안은 의사사회를 낙망케 하고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에 휘둘려 의사의 본분을 잊어서도 안되고, 다른 데 눈길만 돌리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의료정책이 조변석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