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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건보공단 이사장 후보 최종 인선 난항

성상철 후보 내정설에 노조 반발하자 청와대 주춤?

성상철 전 병원협회장이 새로운 건보공단 수장에 최종임명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노조 및 가입자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최종 인선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14일로 만료됨에 따라 공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 9월 29일 낸 신임 이사장 초빙 공고에 6명의 후보가 지원했다.

임원추천위는 6명의 지원자 중 성상철 전 대한병원협회장, 최성재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박병태 현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 등 3인을 선발해 보건복지부에 추천했고 복지부는 이 중 복수를 다시 청와대에 추천해 현재는 청와대의 결정만 남은 상태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지속된 ‘관피아’ 논란으로 유관기관 공무원 출신 인사가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지 않은 가운데, 3인의 후보 중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인연이 깊은 성상철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성상철 후보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서울대병원장, 대한병원협회 회장 등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사조직이나 다름없었던 선진한국민족연합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당선 이후에도 U-헬스케어 산업육성 등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피격 당시 박 대통령을 처음으로 대면한 의사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에서 이사를 맡기도 하는 등 이래저래 박 대통령 집안과 인연이 많다.

이런 이유로 공모 초기부터 공공연히 흘러나온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 내정설’은 무난히 현실화될 것만 같았지만 의료공급자단체인 병원협회 회장까지 지낸 그의 출신 성분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노조 및 시민단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급자단체장으로 공단과 대립의 정점에 섰던 인물이 공단 이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총괄하며 보험자 역할을 하는 건보공단은 매년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 단체와 수가계약을 체결하며 물고물리는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공단 노조는 지난 6일 공단 사옥에서 성상철 공단 이사장 탄생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어떤 경우라도 친박계 낙하산 인사가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어서는 안되며 만약이라도 임명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성상철 후보는 서울대병원장 재직 시절 병원을 돈벌이 산업으로만 인식해 최장의 파업사태를 불러온 최악의 병원장이었으며, 병협회장으로 공단과 수가협상을 할 때도 병원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궤변을 펼쳤다”며 “이런 인물이 공적 보험 대표자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배수진을 쳤다.

현재 노조는 성상철 내정자를 저지하기 위해 조합원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상태.

공단노조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가입자포럼, 한국노총, 민주노총, 서울대병원노조 등 노조·시민단체들도 성상철 후보가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성명, 1인시위 등으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의 반발도 만만찮다.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은 “공급자단체 수장 출신인 성상철 교수의 건강보험 이사장 추진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한 바 있으며 김성주, 남윤인순, 최동익, 김미희 의원 등도 성 후보 내정설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성상철 후보가 이사장에 최종 임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으며, 대신 유일한 공단 내부출신으로 임원추천위의 추천을 받아 성상철·최성재 후보와 함께 최종 3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박병태 현 공단 기획상임이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사실 이사장 공모 초기 때만 해도 박 상임이사의 지원은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공단 내부 구성원들도 ‘최초의 내부출신 이사장 탄생’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내릴 청와대의 입장변화는 아직 뚜렷히 없는 것으로 보여 성상철 후보 내정설은 아직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미 결정을 굳혔다는 이야기도 공단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 이어 11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도 “성상철 후보 반대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병원협회장 출신이라고 해서 건보공단 이사장이 되는데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건보공단 이사장은 정책결정자가 아니고 중립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내가 병협회장이라도 병협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야당의원들의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청와대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강력한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한해 약5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주무르고 1만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려 공룡이라 불리는 건보공단 이사장직에 성상철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또다시 소통을 거부하고 정권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했다’는 야권의 강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