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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리베이트쌍벌제’에 ‘김영란법’까지 이중규제?

의사들도 적용대상 무더기 처벌 위기…과잉입법 논란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일명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의료계에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8일 법안소위를 열고 세월호 침몰사태 이후 정국을 휩쓴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획기적인 공직혁신안으로 주목받아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공직자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으면 딱히 직무와 관련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100만원 이하를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 받으며,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한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이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 받는다.

공직자 가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돈을 받아도 공직자 본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 다만 공직자가 가족의 금품수수 사실을 몰랐다는 게 입증되면 처벌받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법안의 적용 대상을 원안보다 대폭 늘려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뿐만 아니라 업무에 ‘공익성’이 있는 직종인 사립학교 교직원과 유치원 종사자, 언론인 등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종합병원의 상당수가 대학병원인 의료계에 미칠 파장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봉직의사는 물론이고 사립학교 교직원 신분인 대학병원 교수들도 금품수수를 받을 경우 예외 없이 법 적용대상이 되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미 의사들이 의약품 처방 리베이트에 관해선 ‘리베이트 쌍벌제’에 의해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댓가성 조차 입증되지 않은 금품수수까지 처벌케 하는 ‘김영란법’ 적용으로 이중규제를 받을 것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진짜 리베이트의 큰 손은 대학병원 교수들”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실정. 아무래도 개원의사보다 의대교수들이 고가의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희귀·중증질환을 많이 다루고 진료환자수도 많아 제약회사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아 법정에 선 전력이 있거나 현재 당국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며, 심지어 리베이트 액수 배분을 놓고 의대교수들끼리 주먹다짐까지 벌인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의료소송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법안이 통과되면 사립학교 교직원인 의대 교수는 당연히 법 적용대상이 된다”며 “리베이트를 받을 경우 법원칙(특별법 우선의 원칙 + 법의 상상적경합)에 의해 ‘쌍벌제’와 ‘김영란법’ 중 더 처벌규정이 강한 법률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영란법’ 입법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한 이슈 법안이지만 최종적으로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타인이 받은 돈인데 이로 인해 공직자 본인이 처벌 받는 것은 마치 ‘연좌제’와 같다”라며 “이런 식이라면 공직자가 타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위헌성이 높아 최종입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국민 2천만명이 적용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과잉입법 또는 위헌성 논란이 커진 상황이며 국회도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의결한 국회 정무위는 12일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회법에 정해진 5일간의 숙려기간과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작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12일.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자연스럽게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동 법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듯 “법안처리를 위해 상당한 논의와 법리적 검토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