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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한의사 의료기기 문제, 협의체 구성이 답인가?”

의료계-한의계 입장 평행선…“복지부 중심 논의” 주장 설득력


의료계와 한의계 관계자가 마주 앉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고, 대신 복지부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는 6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601호 회의실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 의료계 측 진술인으로는 김윤현 대한영상의학회 의무이사, 김준성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가 참석했고 한의계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 이진욱 부회장과 김태호 기획이사가 참석했다.

이외에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등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도 현장에 나와 공청회를 지켜봤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초반부터 큰 입장차를 나타내며 팽팽히 대립했다.

김윤환 의무이사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환자들의 빈번한 방사선 노출과 이중진료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의학과 한의학은 근본적인 질병 접근방법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면서 “한의학의 과학화는 바람직하지만 이는 객관적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 없는 진료는 폐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무이사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무엇보다 현재의 이원화된 의사 면허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환 이사는 “일본의 사례처럼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의사면허로 일원화해 면허제도 개선에 따른 후속 조치를 시행할 경우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의학은 의학의 일부이고 한방의료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관리하는 의료행위 수단의 일부이기 때문에 의료와 한방이 동시 활용될 경우 진료와 비용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김준성 교수는 자신은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한의학과 침술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했다면서 “의료행위는 충분한 근거를 전제로 시행되는 반면 한의학은 음양오행의 기, 혈 등을 내세우는 등 그 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를 활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런 이유로 한방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해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민의료비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므로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절대 불가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한의계 관계자들은 국민의 건강과 편익을 위해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김태호 기획이사는 “많은 국민들이 침술을 비롯한 한방 시술을 받기 위해 한의원을 찾지만 의료기기를 통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써 중국의 경우처럼 세계 전통의학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욱 부회장은 “전 국민의 65.7%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한방 인적자원을 갖추고도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권을 준다면 한방치료를 받으면서도 진단을 위해 양방병원을 또 찾아야 하는 불편이 줄어 지금보다 국민 의료비가 30% 이상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오늘 공청회가 잘못된 현실을 개선하는 첫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갈등 해결 위해 정부 중심 협의체 구성해야
의료계와 한의계의 진술이 끝나고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의 질의시간이 이어졌다. 의료계와 한의계에 쏟아지는 질문에 양 측 모두 지금까지 펼쳤던 논리를 답습하며 각자 다른 주장을 했다.

시간이 계속 지남에도 불구하고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료계와 한의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었다. 국민편익과 경제적 이익은 어디까지나 안전성을 확보한 다음에 추구할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이다.

이목희 의원(새민련)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인한 오랜 시간동안 갈등이 이어졌다”지적하면서 “이제 의사-한의사-소비자-법률가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를 구성해 전체관점에서 결론을 내릴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새민련)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들에게 당초 약속했던 바와 달리 협의체 구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남 의원은 “지난 2월부터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액션이 없다”고 지적했고 이에 강민규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원래 금년 상반기에 마무리하려 했으나 늦어졌고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복지부에서 협의체를 구성할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한의협 김태호 이사는 “적극 참여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진욱 한의협 부회장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최근 있었던 의협 회장 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이 모두 한의약 말살이었다”면서 “유익한 제도가 밥그릇 싸움으로 호도돼 국민건강이 배제되서는 안된다”고 발언했다.

의료계 관계자들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김준성 교수는 참여하더라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협의체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언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협의체라면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에 이목희 이원은 “자기 의견만 옳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를 어떻게 협의체라고 할 수 있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새민련)은 “이 문제는 의료계와 한의계 문제가 아니라 국민입장에서 논의돼야 한다”면서 “협의체 구성에 적극 찬성하며 전문가들이 참여해 무엇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것인지 가장 합당한 결론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