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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스크 칼럼]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행위라는 유령이

하나의 유령이 의료계를 떠돌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행위라는 유령이.

사실 의약분업 이전에 병‧의원이 약을 구입하여 마진을 취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분업 이전 보험의약품의 약가제도는 고시가상환제였다. 정부가 고시한 약값보다 병‧의원이 낮은 가격으로 구입한 경우 그 만큼의 마진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업이 되면서 고시가상환제는 실거래가상환제로 변경됐다.

실거래가상환제는 병‧의원이 실제로 구입한 가격으로 약값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약에 대한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편법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병‧의원과 제약사간 실제로 거래된 가격보다 부풀려진 약값이 청구됐다. 부풀려진 만큼의 금액을 제약사가 병‧의원에 리베이트로 주게 되는 구조이다. 병‧의원 입장에서는 제도만 바뀐 것이지, 약에 대한 마진은 관행대로 받은 것뿐이다. 그런데 리베이트 쌍벌제로 처벌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2010년 11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됐다. 시행된 지 4년 7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요즘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행위는 4년 7개월 이전이지만 최근 그 행위가 적발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서는 쌍벌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형법의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에서 자유로운 개원가나 제약사를 찾아보긴 힘들다.

그런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이 문제를 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범죄일람표를 넘겨받은 만큼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근거중심의 행정을 펼치려면 이 범죄일람표에 대한 후속 조치의 근거가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벌제 이전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300만원 이상은 자격정지를, 그보다 낮은 금액의 경우는 경고 처분하는 방침을 세웠다. 범죄일람표를 일방적으로 적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의사의 소명을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두가 다 소명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리베이트 이전 행위는 대부분의 의사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제약사의 범죄일람표에 기록된 의사들이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복지부로서도 범죄일람표만을 믿고 개원의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그 의원을 다니던 환자의 건강권, △그 의원에서 일하는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 △그 의원과 거래하는 업자의 거래행위 등을 특정하여 제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쌍벌제 이전 행위가 적발될 것이다. 그때 마다 복지부는 과거의 유령에 발목을 잡힐 것인가?

복지부 입장에서도 이제는 정치적 판단을 할 때가 됐다. 이번 기회에 경과조치로써 쌍벌제 부칙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2010년 11월 이전 리베이트 수수 행위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 정신에 따라 행정처분하지 않음’이라는 문구를 넣었으면 한다. 이것은 쌍벌제 시행에 따르는 경과조치를 규정하는 근거중심의 행정일 수 있다. 오히려 그 때 했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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