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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④]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기본 조건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장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한의계뿐 아니라 의료계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추나요법의 급여화에 이어, 첩약 건강보험이 검토되면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첩약건강보험 추진과정이 크게 논란이 되었다. 한의계 외적으로는 안전성, 유효성 등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가, 한의계 내적으로는 가장 큰 비급여인 첩약의 급여조건이 원가 등 관행 기준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본 기고글에서는 첩약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기본 조건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우선 구체적인 첩약 시범사업의 내용을 검토하기에 앞서, 첩약건강보험이 검토되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첩약건강보험은 한의 급여확대의 핵심이다.

 

첩약 건강보험은 한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한의 분야 보장성 확대 필요성에 의해 제기되었다. 한의 건강보험보장률은 같은 종별 의과 보장률에 비해 2007년도 이후 꾸준한 하락세로 한방병원에 비해 한의원급이 더욱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방병원의 보장률이 35.3%인 것에 비해 일반병원 50.0%이고, 의원이 65.5%인데 비해 한의원은 47.2%에 불과하다.

 

한의 건강보험이 갈수록 침체되는 이유는 한의보장성의 편중에 있다. 한의 치료는 크게 침, , 부항 등 시술행위와 추나, 도인요법 등 수기요법, 그리고 한약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 건강보험은 침, , 부항 등의 시술에만 편중되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의 급여의 편중은 건강보험 침체뿐 아니라 한의 진료를 근골격계 중심으로 왜곡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한의 의료기관의 10대 다빈도 상병 중 근골격계 질환은 외래의 경우 9, 입원의 경우 8개로 근골격계에 편중된 환자군을 치료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이 본격화되기 이전 한의 사례나 외국의 사례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대만의 경우, 중의 치료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15%가 안 되며, 중국 역시 추나, 외과, 근골격계를 다 포함해도 20%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은 소아, 부인과, 내과질환에 강점이 있으나 한국 한의학만 근골격계 중심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194월 추나요법의 급여적용이 시작되었지만 이 역시 근골격계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어 한방의료기관의 근골격계 편중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국민들의 요구가 가장 높은 첩약 급여

 

이러다 보니, 사회적 요구도 측면에서도 첩약의 급여화 필요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사안으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에도 국민의 51.5%(2014), 66.4%(2017)가 첩약 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한의의료기관 이용자의 경우에는 외래환자의 77.2%, 입원환자는 79.0%가 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민의 84.2%(2017)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치료법으로 첩약을 지목함으로써 첩약을 활용한 치료를 받고 싶어도 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의의료 중 건강보험급여 확대 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항목으로 첩약68.3%(2011), 48.7%(2014), 55.2%(2017) 모두 1위로 선정되는 등 첩약 급여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돼 왔다.

 

특히 첩약이 소득 격차에 따라 불평등하게 이용되고 있어 저소득계층의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 국민들 대부분은 첩약을 가장 비싸다고 여기며(84.2%), 이러한 비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5년 한의외래 의료이용 분석 결과 저소득 계층의 첩약 이용은 고소득 계층에 비해 매우 낮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첩약건강보험

 

사실, 첩약 급여가 검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되기 이전 84년도에 이미 청주청원지역에서 첩약 시범사업이 있었고 2012년 건정심에서는 년 2천억 규모의 첩약급여 시범사업이 통과되기도 했다. 그동안, 실질적 적용이 안 되어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글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첩약급여화에서 쟁점은 첩약투약의 근거와 한의계 내부의 합의였다. 첩약은 원래의 특성이 고정된 구성의 의약품이 아니다. 매번 달라지는 환자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치법을 구성하고, 그 상황에 맞는 약재를 골라 조제하는 행위와 투약하는 의약품을 망라하는 치료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기존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방식과는 다른 근거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한의계 유일의 가장 큰 비급여 수단이었기 때문에 급여적용 기준과 형태에 대한 논란이 급여적용을 현실화하지 못한 원인이 되어왔다.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첩약의 안전성 유효성 근거

 

환자의 질병치료와 건강유지를 위하여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한약재 안전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는 한약재 기원이 명확하여 혼오용이 없을 것, 제품 내에 유해물질(잔류농약, 중금속 등)이 규정 범위 내에 있을 것, 한약재 자체 독성이 예상되는 약리효과 이외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 것, 조합해서 복용하는 경우 상호작용의 안전성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하는 등이 있다.

 

현재 한약재 개별의 기원과 유해물질은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규격품 한약재 제도(H-GMP)로 관리 되고 있다. 또한, 탕전 및 유통과정에서의 안전관리는 약재관리, 조합, 탕전, 포장, 유통 등 생산 및 유통과정의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원탕인증제도 활성화, 원내탕전 자율규제, 유통 첩약의 유해물질 모니터링 등을 진행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

 

또한 한약재가 함유하고 있는 자체 독성은 약재를 수천 년 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과정에서 광범위한 인체 임상시험이 충분하게 수행되었다는 것을 인정, 국가별로 안전사용범위의 약재를 공정서(약전, 생규집 등)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자체 독성이 있는 일정 수준이상인 약재는 독성주의한약재로 별도 관리하고 있으며 그 외 사용되는 한약재의 안전사용 범위는 한의약 전통지식을 토대로 구성된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10종 의서, 각종 처방의안 등 고전 자료들이며 여기에 기초한 처방사용은 제재를 출시할 때도 안 전성 유효성 자료를 면제해주는 등, 오랜 전통적 사용이 안전성을 담보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 즉 전통적 사용례에 근거해 천연물질을 조합. 투약하는 행위는 서구, 아시아권을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의약품 사용 및 허가에 관한 질서이다. EU,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 천연물 제제 사용 국가에서는 첩약뿐 아니라 제제를 출시하는 경우에도 전통적 사용례가 있을 경우 안전성자료 일부를 면제함으로써 기존 사용이라는 경험이 주는 안전성 근거를 인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의약품이 투약된 이후의 안전관리는 모은 의약품이 사후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은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 안전성을 테스트할 뿐, 각각의 의약품의 상호작용, 장기투약 및 특수한 조건에서의 안전성은 사후 임상에서의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다. 이를 의약품 사후관리(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 이상반응보고시스템, DUR)방은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전통적 임상근거이다. 한약은 처방의 형태로 구성되며 이는 오랜세월 투약 과정을 거쳐 약재 상호간 투약에 대한 안전성과 질환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받아 온 것이다. 일반적 의약품이 개별의약품의 안유 임상시험 데이터는 있으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시판후 오랜 시간에 걸쳐 추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한 것처럼, 한약처방은 오랜 세월의 임상근거의 축적이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첩약을 사용하는 관행을 최대한 인정해야!

 

그다음 쟁점은 한의계 내부 쟁점으로 주로 첩약을 사용하는 관행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비급여항목의 급여적용은 항상 쟁점이 되어왔고, 정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 관행에 기초한 급여모델을 적용해왔다. 임플란트가 급여되는 과정에서 포괄적 수가모델과 관행수가를 인정받았고, 현재 진행되는 의과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도 최대한의 수가 인정과 그 외 불합리한 이라고 하는데, 한약 역시 이를 통해 추가적 복용이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약은 조제과정과 투약형태, 구성하고 있는 행위들이 일반적 진단, 투약, 조제과정과 상이하다. 약재를 직접 관리하고 탕전하는 행위와 다양한 정보를 종합 진단하여 증상에 맞게 진단하고 처방을 구성하는 행위, 약재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행위 등이 매우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를 기존 행위별 수가에 맞춰 상대가치를 구축하는 것은 첩약의 치료 행태에 맞지 않으며, 한의사들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

 

가격은 자동차 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기타 급여모델에서 적용하고 있는 수가수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케어 역시 적정수가 보전을 주요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첩약은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등 공적보험에서 이미 수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를 고려해서 수가가 결정되어야 한의사들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처방과 조제, 탕전이 동일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의 관행이 인정되어야 한다. 한의사가 약재 관리부터 탕전조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현실이다. 처방전이 발급될 때 한약의 특성상 조제되는 약재의 동일성, 부작용이나 변질 등 이상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의 문제, 투약 후 평가를 누가 해야 하는지 등의 이유로, 기관 간 분업은 고려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첩약급여는 이상의 쟁점에 대한 한의계의 우려로 추진이 어려웠던 것을 고려해야 한다.

 

84년에 시작된 첩약건강보험 논의가 12년 건정심, 17년 법안발의를 거쳐 정부 발주 연구와 협의체를 통한 시범사업논의까지 이어져 왔다. 이제 합리적인 시범사업 방안을 도출하고, 실질적 데이터에 근거한 평가를 통해 첩약급여의 본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첩약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건강보험 제도의 원칙을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시범사업 추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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