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의료계 잇단 반발

대개협·지역병원협 등 연이은 반대 성명

보건복지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 발표를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사단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반대 성명서를 내놓으며 시범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가 올해 10월부터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방첩약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의료인단체들의 반대 성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시작으로 16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17일 대한피부과의사회, 18일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등이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체별로 눈에 띄는 내용을 보면 먼저 대개협은 “시범사업을 통해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겠다고 하는데 온 국민을 마루타로 만드는데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실험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정책 실수를 넘어서 인륜적 기본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변증·방제료가 3만 9000원이 포함됐다. 현재 의사들의 초진 진찰료는 1만 6140원 재진은 1만1540원”이라며 “어떤 과정이 있기에 의사들의 3배가 넘는 수가를 책정한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시범사업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전문과목별 의사회는 선정된 3개 질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시범사업에 포함된 월경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며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 적절한 초기 치료를 해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난임 등의 합병증도 대처할 수 있다”며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확한 진단 하에 의학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월경통을 효과와 안정성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한약 첩약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여성 건강의 전문가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안면신경마비는 급성이든 만성이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결과적인 ‘증상’ 일 뿐으로 진단명 자체가 질병이 될 수 없다”며 “진단 자체가 복잡하고 치료도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학적 검토 없이 단순히 첩약으로 치료를 시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에 의학적인 의구심이 든다. 국민건강의 심각한 저해와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안정성·유효성에 대한 표준적인 검증과정 없이 급여화를 한다면 그 약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에만 효과가 있는 약이 될 것이고 세계의학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반대를 했음에도 추나요법을 급여화하더니, 이번에도 의료계의 이유있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첩약급여화를 밀어붙이는 것이, 정말로 국민보건 상 한의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선지, 의료계는 불신의 눈을 거둘 수가 없다”고 밝혔다.


피부과의사회는 “2018년 기준 95만명의 아토피, 16만명의 건선 환자가 만성 피부 질환으로 육체적 고통 및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두 질환 모두 최근 생물학적 제재에 의한 치료가 증가하고 있고, 치료결과도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급여 적용은 특정 환자군에서만 매우 까다롭게 허용되고 있으며, 비용도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간 투여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어떤 검증도 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 하기에 앞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된 생물학적 제재들의 급여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원내과의사회는 “21세기인 지금에도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라는 미명하에 제대로 검증 한번 거치지 않은 채 그저 경험에 의존한 첩약을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 급여화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같은 쓸데없는 곳에 예산낭비하지 말고 절약되는 연간 500억원을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즉시 투입하는 것이 정부가 지금 해야 될 일”이라고 요구했다.


신경과의사회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던, ‘최혁용 한의협 회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한의사협회는 반대하지만 한의협은 적극 지지할 것이니 첩약 급여화를 해달라고 해서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여 첩약 급여화는 사실상 결정됐다’고 발언했다’는 ‘정책거래’ 녹취록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가장 큰 문제점은 한의계 스스로도 첩약의 안정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민들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첩약 치료에 의해 실험용 모르모트 쥐로 취급받아야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단순한 고전 민간요법에 지나지 않고 그 성분조차 불분명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첩약을 급여화하려는 것은 한심한 계획”이라고 분노했다.


끝으로 지역병원협의회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료 낭비를 초래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며, 국민의 동의 없이 이를 강행하는 것은 정부와 건보공단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