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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사 법적구속’에 의료계 “동료의사와 끝까지 함께”

이필수 부회장 “선의의 피해자 유발하게 될 것”
의료분쟁특례법 신설, 의료감정원 자문 요구

의과대학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며 장기간 총파업을 이어갔던 의료계가 정부와의 극적 타결로 숨고르기에 들어가나 싶었지만 또 다른 이슈로 의사 사회 내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최근 법원이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강남세브란스병원 A교수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환자를 함께 진료한 B전공의도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소식에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지역의사회와 교수계, 학회까지 잇단 성명을 내며 법원의 판결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A교수를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법원에 촉구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법만행 중지를 촉구하며 1인시위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부회장은 법원은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A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구속된 동료의사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사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현실에서 단지 결과만을 놓고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 처벌한다면 해당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는 또 다른 환자의 진료권을 박탈하는 선의의 피해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결 놓고 불붙은 논쟁

 

법원의 판결을 두고 각 의사회는 앞다퉈 반박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일반적으로 판사가 인신을 구속할 때 구속사유로 드는 것이 증거 인멸, 도주 우려, 피해자에 대한 보복 가능성 등이라며 하지만 의료인들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고 안정된 직업과 가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도주 가능성도 매우 낮다. 뿐만 아니라 이미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상해 상태에 있기 때문에 보복이란 것 자체가 성립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에게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것은 열심히 의료행위를 한 의사에게도 그 자체로 이미 정신적 충격이 큰 사건이라며 이미 모든 무기를 빼앗긴 의사에게 마지막 남은 방어권 조차 앗아가는 지나친 조치라고 꼬집었다.



당시 A교수와 B전공의는 재판에서 영상의학검사에서 ‘마비성 장폐색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확장이라는 소견을 받았고, 고령과 기저질환에 의해 침상에만 누워있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충분한 진찰을 통해 기계적 장폐색이 아닌 마비성 장폐색으로 의학적 판단 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세척제는 고령자 등에서 신중하게 투약돼야 한다 “장세척제 투약에 의한 업무상과실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전라남도의사회는 법원 판결대로라면 대장암에 의한 장폐색이 있는 환자는 대장내시경 등 사전 검사는 일절 하지 말고 바로 수술부터 하라는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선의의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 이를 처벌하는 판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진료의 결과만으로 모든 과정을 판단하는 판결이 반복된다면그 어떤 의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노인환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에 나서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내과, 외과 등은 이미 의과대학생에게는 기피과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며, 이 판결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암울한 미래를 앞당길 뿐이라고 성토했다.

 

무죄석방 위해 최선 다할 것

 

의료계가 재발 방지를 위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특례법제정과 법원에서 의료분쟁 판결을 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받는 경우 의협 의료감정원에 우선 자문을 받도록 하는 것.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남의사회는 법원에서 의료분쟁의 판결을 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받는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사협회의 의료감정원에 우선 자문을 받도록 법적 개선을 해야 한다면서 의사협회 역시 신속하고 공정한 자문과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보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필수 부회장은 이에 더해 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 보장을 주장했다.

 

한편, 최대집 의협회장은 14일 밤 서울구치소 앞에서 철야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나가며 협회는 이런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해당 회원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사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해당 판결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대국민 홍보활동과 함께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관련 논의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