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의협 공적역할 확대 차원의 통합적 의사면허관리 필요”

이얼 연구팀장 “문제 발생 때마다 의-정 대치구도 고착화”
일탈회원의 경우 제재 등 협회 내 권한 규정도 없어


우리나라는 의사의 면허관리를 담당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구가 존재하지 않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단체의 적극적인 공적 역할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라도 의사면허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의사면허제도연구팀장은 26일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의료관계법의 제문제’를 주제로 한국의료법학회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해외 의사단체의 운영과 역할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의사면허 발급과 행정처분에 대해 “의사면허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의사면허 발급과 취소 혹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신고 또는 허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보수교육 및 취업 현황 등의 신고는 의사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얼 팀장은 “복지부는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의협은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회원의 신분보장 역할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의사의 부도덕한 행동이나 의료과실 등이 문제가 되면 복지부는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며 결국 의료법에 벌칙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의협은 이러한 입법에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대치구도가 지속되어 이는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의사 면허 관리를 담당하는 독립적·전문적 기구 즉, 면허관리기구가 없다는 점은 일본과 오스트리아와 유사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면허관리 전반에 관한 업무를 의사회에서 담당하게 하고, 의사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면허관리에 관한 업무를 후생노동성이 전담하고 의사회는 후생노동성의 간섭 없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공익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점에 대해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사단체의 설립과 면허관리 업무의 일부를 의협이 담당하도록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스트리아와 일본의 중간에 해당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또 의협의 설립이 의료법 제28조에 따라 의무화되어 있지만, 왜 설립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목적과 의협이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역할에 관한 내용이 부재하다는 점을 변호사법과 비교해 들었다. 변호사법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립 목적과 역할, 협회로 하여금 변호사 회원의 자격을 관리할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는 크게 ‘국민건강증진과 보건향상 및 사회복지에 기여’라는 공적 목적과 ‘회원의 권익 옹호’라는 사적 목적을 동시에 갖는다”며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 면허관리기구와 오스트리아 의사회가 수행하는 면허관리 업무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면허관리 업무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 단체에 부여하는 공적 역할은 ▲의사 보수교육 실시 ▲면허 실태 및 취업상황 신고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설치를 통한 의료광고 심의 ▲회원(의사)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때 중앙윤리위원회 설치 후 복지부장관에게 해당 의사 자격정치 처분 요구 등이다.

이 팀장은 회원 관리를 통해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도 이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의료법에 따라 모든 의료인은 당연히 의협 회원이 되지만, (불법적인 일을 일으켰을 때) 회원에 대한 제재 등 협회 내 권한 규정이 없어 회원이 회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적절하게 조치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특히 회비납부 의무가 강제되지 않아 개인은 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형식으로 의협에 대한 비협조 또는 무관심을 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영국과 미국은 면허관리기구가 있기 때문에 의사의 의사회 가입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캐나다의 경우 면허관리기구가 있지만, 의사회 가입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의사회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의사회가 면허관리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의무가입이며, 일본은 의사회가 공적 역할을 하지 않아 선택적 가입 형태를 취하고 있다.

끝으로 이 팀장은 재차 통합적인 의사면허 관리와 의사단체의 공적 역할 강화를 강조하며 두 가지 모델을 제안했다.


첫 번째 모델은 독립적인 의사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통해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이다. 

현행 의료법상 변호사, 법무사, 변리사 등과 같이 직능별로 구분돼 있지 않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가 공통으로 의료법 안에 적용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이 점에 주목하며 “이는 의사의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를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하며 “현행 의료법 체계 하에서 의사 면허관리기구만을 설립할 것인지, 의료인 별로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할 것인지, 의료인 통합 면허관리기구를 설립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밖에 면허관리기구의 제 조직이 전문성, 투명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적 구성과 운영을 포함하는 면허관리법(가칭)의 제정이 검토돼야 한다”며 “만약 면허관리기구가 설립된다면 지금의 의협은 전문가단체로서 우리나라 의과학 발전과 이익단체로서 의사 집단의 권익 옹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모델은 회원면허(의사면허)를 의협이 관리하는 방안이다. 즉, 의협의 네 가지 공적 역할을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의사협회에 면허등록과 심사에 대한 권한 및 중앙윤리위원회에 조사 및 징계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는 회원의 면허를 관리함으로써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은 의료전문가 단체로서 의사협회의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다만 의협이 회원 면허를 관리함으로써 자율규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책임 의식 및 면허관리에 관한 전문적 역량이 전제돼야 하며, 사회계약 원리에 따른 국민적 신뢰와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협이 의사면허를 통합적으로 관리 시 협회 차원에서는 회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회원 보호를 위해 객관적이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선 이 팀장도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독립적인 의사 면허관리기구 설립으로 투명한 면허관리를 위해 기구 구성원이 어떻게 구성돼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이 팀장은 “당연히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들이 있어서 의사들이 설립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 결격사유로 무엇을 정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들은 법학자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고 뿐 더러 어떤 과에서 어떤 전문적인 업무 실수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의사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면허관리기구를 운용하는 주체들 중 최고 의결기구로 이사회가 있으면 이사회 구성으로 공무원, 시민단체, 공익단체 등이 반 정도, 나머지 반은 경험이 많은 전문직 의사들이 참여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회원의 면허와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의협이 더 치중하지 않겠느냐’는 본지의 질문에는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 감독은 행정명령이나 과도한 지도·감독권이 아닌 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는 데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전문적으로 이뤄졌느냐에 대한 감독”이라며 “물론 개인으로서는 부당하게 자신의 이익이 침해됐을 때 불복하는 절차들이 항상 마련되어 있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김봉철 연구위원도 관련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관리)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감독권을 부분적으로 가져 면허관리 체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거나 시정명령을 하는지 등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절충적인 입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또 의협이 면허관리 권한이나 징계 권한을 가지더라도 (행정부가) 이것이 위법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를 청구할 수 있어서 최종적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 “물론 의협의 자율적인 면허관리 기능 부여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많은데, 따라서 의협이 우선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선제적인 전문가 평가제를 강화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