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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⑧] “대통령님 이렇게 하면 소아의료 회생 가능할 것 같은데요”

최용재(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진다.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부터 이야기해왔던 문제들은 터지고 나서도 느껴지는 변화가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정부니까 국민을 위해 뭔가 바른 일을 할 거라고 회원들을 타일러 보기도 하지만 그러는 내가 더 낯이 뜨겁게 느껴진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명색이 회장이니 체면 살려주겠다고 다른 임원들이 짐짓 곧 해결될 것이니 기다리라고 큰 소리를 치지만 속내야 뻔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저출산, 저수가, 고임금, 고 인플레로 떠나간 소아과 의사들을 막아 섰다가, 욕으로 배가 부를 수 있다면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었다. 지방의 사정은 말로 이루 다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냥 태어날 뿐이다. 이 땅에 아이를 키우기 열악한 환경이 계속되면 반려동물만 입양하는 외로운 부부들만 남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아청소년과학도 나름 많이 배워야 하는 학문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학이라는 지성은 소멸되고 있고, 그 자리는 정치인과 관료들, 소위 많이 배웠다고 하는 자들의 야만으로 꾸역꾸역 채워지고 있다. 

그들의 정책은 수십 년째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으며, 야만에 가까운 정책들로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이제 이 땅에 별로 남지 않았다. 후손이 없는 대한민국이 다가오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소아청소년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남김없이 어른들이다. 건정심,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들, 모두 저출산을 걱정하고 소아청소년 의료를 걱정한다고 떠들고 있는데, 정작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하는 말은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소아청소년들에게 사용되는 의약품을 예로 들면, 아이들에게 꽤 흔하게 생기는 심장혈관염에 쓰는 표준 치료제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외국 약가의 1/5 밖에 되지 않아 외국에서 도입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제약회사에서는 그 가격으로 공급을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9월에 의사들의 손에 쥐어주겠다는 약은 11월이 되어도 감감무소식이고, 서울대병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이에 대해 생명을 다루는 행정에는 시간제한을 좀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꾸물거리다가 불쌍한 우리 아이들이 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같은 이유로 밀려나고 있다. 소아청소년 의료정책을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생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정을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의 붕괴된 소아청소년 의료체계는 복구될 가능성이 없다. 

이미 대학병원의 75%가 야간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으며, 1차의료를 맡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폐업을 선언하고 떠난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던 아동병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떠넘겨진 환자에 치어 숨이 막혀가고 있다. 환자가 많으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을 하는데, 건정심을 포함한 어른들이 설계한 현재 소아청소년과 의료비 구조는 수가를 받으면서 환자를 볼수록 수익은 커녕 25%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진료하는 것이 좋아도 자기 살과 뼈를 깎아서 환자를 보는 것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학병원의 한 여자 교수님은 남의 집의 아이를 돌보느라고 정작 6개월 동안 본인의 애를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셨으며, 사직서를 냈으나 학교를 아직 못 떠나셨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대로 돌아가는 대학병원에는 불문율이 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일어나는 일에 내과가 간섭하지 못하고 내과에서 일어나는 일에 소아청소년과가 간섭하지 못한다. 이는 환자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소아청소년 의료정책과 관련해 외부에서 소아청소년과를 간섭하는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소아의료 정책 결정을 다 내려주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0%에 수렴하고 있다는 뉴스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사리에 맞지 않는 정책들은 계속 나오고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솔직히 말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수장으로 있는 소아청소년의료과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소아 진료에 필요한 의약품이 품절되는 사태의 원인이 됐던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제는 성인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에만 적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장기간 품절 상태인 필수 소아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도 필요하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통해 소아필수약 품절 리스트를 공개하고 공급 원활화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식약처 등 관계 기관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품절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소아 필수 의약품의 품절 사태는 약가 책정 탓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성인과 분리된 소아청소년만을 위한 약가 정책이 필요하다. 

보험 재정보다는 아이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약가 인하를 해서 보험 재정을 지키는 것보다 단연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건정심 등에서 성인과 분리된 소아에 필요한 수가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어른 의료 정책만 있는 듯하다. 어른약은 신약이라는 선택권이 있지만 소아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은 그러한 선택권이 없다. 

이제는 깨닫아야 한다. 보험당국이 아꼈다고 자랑하는 재정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는 줄고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경으로 출산을 꺼려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저 출산으로 나라가 소멸할 지경인데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부터라도 저출산을 해결하고 붕괴된 소아의료체계를 회생시키려면 아이들의 문제를 A부터 Z까지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으면서도 성인 정책과 완전히 분리된 소아 의약 정책을 생산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관련된 정부 조직을 조속히 신설·개선해야 한다. 

대통령님 이 제안을 수렴한다면 소아의료는 회생될 것 같은데,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