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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뇌전증 환자 예방·치료·지원 위한 ‘뇌전증 관리지원법’ 빨리 제정해야

‘2024 세계뇌전증의날 기념식’ 성료…뇌전증 지원 해외 사례도 소개돼

뇌전증 환자는 질병의 특성상 발작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매우 심해 교육·취업·대인관계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보내는데 많은 차별과 제약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들이 쏟아졌다.

이어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뇌전증의 예방·진료 표준화 및 연구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 인식 개선 및 차별 방지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뇌전증 관리지원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한국뇌전증협회와 대한뇌전증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뇌전증 관리지원법’ 제정 촉구 토론회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유원섭 센터장은 국가 뇌전증 지원·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먼저 유 센터장은 “뇌전증은 ▲사회적 편견 ▲우울·불안감 ▲개인의 기능 ▲독립과 성장 등 삶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환자·환자 가족은 의료적인 부분을 비롯해 사회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취약성이 높은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위한 지원서비스가 필요하며, 2020년부터 뇌전증 지원센터를 지정해 지원하는 ‘뇌전증 지원체계 구축사업’의 경우 사회복지서비스 제공과 인식 개선에 대한 중요성·요구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전반적 재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간호대학 이준아 교수는 “하루에 7번씩 증상이 나타나거나 약물 부작용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을 때”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치료 현황 모니터링과 긴급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체계를 구축한다면 뇌졸중 환자의 건강 문제 등을 관리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뇌졸중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 생산 활동 ▲문화생활 ▲공동체 구성 등 지역사회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증진하는 사업과 관련 추진 체계가 요구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범 사업 중인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사업과 같이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이 살던 곳에서 최대한의 독립성을 지키며 살아간다면 뇌전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권리와 자율성을 보장함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와 국가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며, 취업·복지 지원을 포함하고 있는 ‘뇌전증 관리 지원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뇌전증 환자 가족들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뇌전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뇌전증 관리 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뇌전증 환자 가족인 조다솜씨는 중증 뇌전증 환자의 경우에는 와상 환자가 많은데, 크기가 큰 의료기기 등을 부착하고 있는 상태라면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어 사설 구급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비용 부담으로 재활치료 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음을 전하며, 중증 와상 환자의 요청 시 이동수단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는 환자들은 석션 교체 등의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 활동보조사들은 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이 곁에 있어야 해 경제생활과 개인생활 등을 이어나갈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활동보조 가족지원 서비스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외치면서 ‘뇌전증 관리 지원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뇌전증 환자 가족인 김예랑씨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뇌전증을 앓고 있다가 갑자기 발작으로 사람이 쓰러지자 그저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뇌전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발작이 일어난 사람에게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CPR을 시도해 사람을 살렸다는 기사를 소개하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더 이상 전파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홍보 등을 전개 및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뇌전증협회 허도경 이사 역시 뇌전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활동보조사들이 실제로는 중증 장애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이 현실로, 부모도 같이 아이를 케어해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뇌전증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가능한 주간보호센터가 권역별로 많이 구축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뇌전증 아이가 학교에서 발작을 하게 되면 이를 대처하는 방법이 보육교사나 교사들에게 교육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뇌전증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을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는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행 월 최대 60시간 활동보조사 지원은 일 평균 사용 가능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는 집에 부모가 없을 시간에 발작이 일어나도 활동보조사 봉사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환자 혼자 견뎌내야만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뇌전증 관리 지원법’이 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유원섭 센터장은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는 해외의 뇌전증 지원체계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각 의료기관의 수준별로 뇌전증 의료기관의 구분을 4단계로 나눈 뒤, 각 의료기관의 역량에 맞게 진단·치료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의료기관의 역량에 따라 뇌전증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뇌전증 재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재단에서는 뇌전증 학습포털 운영을 통해 ▲보건교사 ▲교직원 ▲응급구조대원 ▲의료서비스제공자 등을 위한 교육을 개발·실시하고 있음을 안내했다.

더불어 뇌전증 및 발작 연중무휴 헬프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의약품 구입 비용 할인 및 무료 제공, 공공교육 및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뇌전증 환자의 권리를 직장·학교·호텔·식당 등 모든 곳에서 보장하고 있으며, 뇌전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본인·가족에게 심각한 건강문제 발생 시 연간 최대 12주의 무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 등도 거론했다.


영국의 경우에는 뇌졸중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략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소개했다.

유 센터장은 “뇌졸중 환자가 높은 수준의 의료기관을 접촉하는 것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종합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분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뇌전증 전문지식을 갖춘 ‘첫 번째 연락 창구’에 patients with epilepsy 접근 가능을 강조하고 있으며, 환자가 지역의 뇌신경센터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기를 명시하고, 2·3차 서비스에서 단계적으로 지역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진료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조기 진단과 지역사회에서 관리하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뇌전증 전문 컨설턴트와 간호사 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Optimum clinical pathway: epilepsy를 통해 환자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센터장은 뇌졸중 환자의 임상 경로를 구축하려면 전문가 네트워킹과 컨설팅 자문 의뢰가 중요하며, 의료진 간의 정보 공유가 뒷받침이 돼야 조기 진단과 환자 치료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중요하게 다뤄져야 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경우에는 뇌전증 환자·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 지원을 목표로 지원체계가 운영되고 있음이 소개됐다.

구체적으로 유 센터장은 뇌전증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온라인 교육과 교육자료 제공 및 온라인 터뮤니티 등 온라인 지원 그룹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발작을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 뇌전증 예방 및 관련 제품 정보 제공과 개인 요구에 맞는 교육·훈련에 대한 온라인 교육이 제공·지원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내했다.

끝으로 유 센터장은 뇌전증 환자·가족을 위한 포괄적·통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뇌전증 환자의 조기 진단·치료 및 다른 사회서비스 연계와 보편적 접근성 보장을 위해서는 뇌전증 환자 임상 경로를 고려한 지원체계 개선 및 질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따라서 뇌전증 지원체계 강화와 인식 개선, 차별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 국가 차원의 뇌전증 관리계획 정비, 재정적 지원, 관련 조사·연구와 공공·민간 협력 및 관련 이해당사자 참여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뇌전증지원센터 홍승봉 센터장도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추가로 덧붙이며, 우리나라에 ‘뇌전증 관리 지원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홍 센터장은 “일본에는 ‘거점 뇌전증 지원법’이 있는데, 해당 법안은 우리나라처럼 뇌전증 환자들이 어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라 헤매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각 지역에 3차 뇌전증 병원을 지정해 약물·수술·심리 치료를 비롯해 사회복지 상담과 인식 개선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시행·지원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안에 뇌전증 차별금지법이 포함돼 있으며, 취직 시 뇌전증에 대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보고, 뇌전증에 대해 질문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독립생활 지원법’도 소개됐는데, 해당 법안은 뇌전증으로 진단받고 약을 받는 순간부터 뇌전증 환자를 장애인으로 보고, 모든 의료비의 10%만 부담하는 등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홍 센터장은 현재 국립병원 중 난치성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서울대병원 밖에 없어 환자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작 등으로 쓰러지면서 외상을 입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무너진 뇌전증 치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 연간 20~30억원을 지원해주면 전국에 15~20개 병원들을 일본처럼 뇌전증 전문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으며, 이는 치매에 배정된 예산 2000억원 대비 100분지 1에 불과한 예산임을 강조하면서 지방의 뇌전증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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