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일차의료연구망(EAPCRN) 세미나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확인된 일차의료의 중요성과, 국내 주치의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번 세미나에서 대만 국립대만대학교병원의 장치펑(Chyi-Feng Jan) 교수는 팬데믹 동안 대만 일차의료체계가 보여준 회복탄력성과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은 빠른 대응과 함께 원격진료, 지역사회 기반 건강관리, 가정방문 진료 등을 적극 도입해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했다.
장 교수는 “환자 중심, 예방 중심, 디지털 기반의 일차의료 혁신 없이는 미래의 보건의료 체계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팬데믹이 일차의료 혁신을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대학교 이재호 교수팀이 국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상용치료원 을 보유한 한국 성인은 의료비 지출이 평균 1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괄성과 조정성을 갖춘 주치의를 둔 경우 의료비 절감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이 같은 결과는 상용치료원 확보가 의료비 절감과 건강 형평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상용치료원 보유율이 낮고, 강력한 일차의료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한국도 주치의 등록제 도입을 통해 국민 모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일차의료 제공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중산 (Sun Yat-Sen) 대학교 해리 왕 (Harry H.X. Wang) 교수는 디지털 헬스 기반 지역사회 대응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일본 지케이(JIKEI) 대학교 타쿠야 아오키 (Takuya Aoki) 교수는 주치의 보유가 입원율을 60%나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일본 정부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일차의료 강화 정책을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통해 확인된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 역시 ▲환자 등록제 기반 주치의 제도 도입 ▲디지털 헬스 인프라 강화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고령화, 만성질환 급증 등 구조적 변화를 앞둔 한국 의료체계에 있어 주치의 제도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