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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양·한방 갈등재연…판결 임박한 IPL

[기획2]의료계, IPL소송서 1심-2심 판결 엇갈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격돌하는 양상이다.

최근 한의약의 정의를 ‘한의학을 기초로 하거나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개정하는 한의약 육성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한의약을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로 정의했었다. 이번 법안 개정에 의료계는 ‘과학적’이라는 단어로 인해 자칫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합법화 될까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지 판도를 가르는 중심에는 한의사의 IPL 사용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대법원 판결이 자리잡고있다.

IPL소송, 의료계 1심-2심 판결 일희일비

IPL은 Intense Pulsed Light의 약자로 넓은 파장대의 복합적인 빛을 강하게 방출시켜 피부의 색소침착이나 모공, 모세혈관 확장 등을 동시에 치료하는 장비다. 주로 피부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같은 IPL을 사용한 한의사 A씨에게 '한의사의 IPL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유죄'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분은 학문적 기반 원리를 기준으로 법령의 해석 및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행위의 기원, 교육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면허된 행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그 동안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비춰 볼 때도 이미 한의사의 IPL 시술은 적법하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판결에 한의계는 “IPL을 한방의료 개원가에서는 ‘광선조사기’로 칭하고 있다. 빛의 파장을 이용한 치료기법은 중국 명·청대에서도 일광구·렌즈구 등으로 활용된 바 있다”며 “IPL과 원리가 같은 레이저침은 급여항목으로도 인정받고있다”고 반발했다.

의료계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라는 것을 명백히 했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항소가 진행된 2심판결에서는 원심을 뒤짚고 한의사 A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A씨가 IPL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IPL이 서양에서 만들어져는지 여부로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위법 여부는 그 사용에 있어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을 기초로 시술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IPL은 자연광에 근접한 복합파장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기”라며 “한의학에서 자연광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은 황제내경에서도 그 근거를 갖고있는 일광구 등의 치료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의과대학의 침구학 등에도 온경락요법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한의사 A씨가 IPL을 서양의학적 방법이 아닌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2심 판결에 한의계 측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에 더욱 설득력을 얻게됐다고 평했지만 의료계는 직역간의 역할에 혼돈을 초래할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결과라고 우려했다.

법적으로 의료 자체가 이원화 돼 있고 이에 따른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쓰도록 하는 것은 무면허 진료를 시키는 것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의료계 입지 좌불안석…승소위해 전력투구

결국 2심에서 패소한 의료계로서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위해 전력투구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2심에서 패소한 것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관이 ‘IPL은 한의사가 쓸수 있다’는 공개발언을 하고 최근 한의학의 정의에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이라는 문구가 추가되면서 극복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의료계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에서 과학적이라는 문구가 포함됨으로 인해 자칫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를 사용을 완화함으로써 IPL소송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다.

특히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이 논의되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관이 ‘IPL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데 대해 의료계는 강도높게 비판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당시 법사위에서 한의사의 IPL 사용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대해 한의약정책관은 “한의사가 IPL을 할수 있게 돼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한의약정책관은 “IPL은 자연광치료에 해당하며 자연광치료는 황제내경에 보면 태양광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방법들이 나와 있다. 현재 한의사의 IPL 사용이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답했던 것.

이를 두고 의료계는 복지부 관계자가 기존의 유권해석을 뒤집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며 한의한 정책관에 대한 직위해제를 요구했다.

IPL은 현대의학을 기초로 해 개발된 현대 의료기기로 한의사의 IPL사용은 현행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IPL을 사용한 한의사가 고발돼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이같은 복지부 관계자의 공개발언을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IPL 시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피부과 단체들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자칫 대법원의 판결에까지 영향이 미칠까봐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관이 IPL을 두고 한방의료행위라고 발언한 사태 때문에 피부과의사회 등과 합동회의를 진행했다”며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피부과학회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한의사 IPL 의료법위반소송’ 공판에서 이 같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팽배해있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IPL공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대형 로펌을 수임하고 장기적으로 법률검토와 의견서를 계속 대법원에 제출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악영향을 끼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피부과학회는 이번 한의약정책관의 발언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근거를 남기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의협과의 공조아래 당사자를 고소ㆍ고발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서 문책은 물론 사퇴까지 하도록 강력히 대처할 뜻을 피력했다.

한의계는 이처럼 분주한 의료계와 달리 법원 결정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판단아래 IPL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