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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일방적으로 해직당한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

1월부터 요양병원 인증제…간병비 비급여 등 난항

김점선 씨는 공무원인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직장을 구하던 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2007년 5월, 진해동의요양병원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어르신들의 대소변을 인상 쓰지 않고 받아낼 수 있을까 큰 고민이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봉사정신으로 일을 시작했다.

옴환자, 피부환자, 편마비환자, 치매환자, 욕창환자 등 심한 증상의 환자들이 쉴새없이 찾아왔다. 때로는 치매환자들이 김 씨와 같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런 환자들을 매일같이 씻기고 돌봐드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자신도 노년에 가까운 나이의 여자 몸으로 노인 환자의 몸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어깨나 허리통증이 생겼다. 어느새 똥오줌 냄새는 익숙해져버렸고 심한 육체노동으로 인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거나 찜질을 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200여명이 되는 환자를 김 씨와 같은 33명의 간병인이 12시간 맞교대하며 주5일을 근무했지만 마음놓고 차 한잔 마실 공간도 없고 마땅히 앉아서 쉴 곳도 없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한달에 받는 돈은 140만원. 그 중 5만원은 매달 직업유료소개소에 때주어야 했고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기저귀 갈고 가래 뽑고 식사 드리고 체위변경에 목욕 등 온갖 궂은일을 다하면서도 간병사들끼리 마음을 맞춰 즐겁게 일했다. 잠깐 쉬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환자들을 위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환자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을 큰 낙으로 삼았다.

그러다 청청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 11월 30일 계약만료를 앞두고 병원 측이 33명의 간병사 중에 20명을 정규직 3교대로, 나머지는 사설업체로 보내겠다고 통보한 것.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이 계약 만료일이 다가왔고 30일 야간반과 교대시간이 되자 그동안 정이든 환자들과 간병인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병원 측은 30일 야간반들에게는 12월 1일 아침에 나가라고 했다. 간병사들은 교대를 하고 환자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버텼으나 막무가내로 나가라고 했다. 이미 사설업체를 통해 간병사들을 구해 놓은 상태였던 것.

그렇게 70여일이 넘어버렸다. 해고된 요양보호사들은 추운 겨울 병원 앞에 천막을 치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들이 영업방해를 했다며 법원에 업무방해가처분신청을 해놓은 상태.

김점선 씨는 지난 15일 보건의료노조와 이목희·심상정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요양병원 현황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해 진해동의요양병원의 실상을 이같이 현장증언했다.

김 씨는 “예전에 우리가 근무할 때는 200여명의 환자를 33명이 맞교대하며 돌봤지만 지금은 17명이 그 많은 환자를 돌보며 140만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저녁에 기저귀 한번 갈고 아침이 돼서야 갈아드린다는데 밤새 오줌에 엉덩이를 담고 있는 꼴이다. 날이 더워지면 노인환자들의 욕창이 더 심해질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급기야 눈물을 흐느꼈다.

요양병원이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함에 따라 요양 서비스의 질과 간병인들에 대한 처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우리나라의 장기요양기관은 제도 실시 이전인 지난 2007년 2월 기준 2522개소에 비해 2009년 12월말 기준 전국 1만4560개소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요양병원만 해도 현재 1000여개가 넘는다. 정부에서 민간 위주의 공급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을 택해 진입장벽이 완화되고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요양기관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의 시설과 인력기준의 미비로 환자와 일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진해요양병원의 간병사 계약해지에 대해 병원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간병요양사에게 전가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이 간병비가 급여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간병비를 직접 수납받으면 불법인 문제와 간병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20명만 3교대 직고용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13명은 사설알선업체로 넘기겠다는 병원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석승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개발실장(원광의대 신경과 교수)은 국내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와 특정항목 행위별 수가, 인력차등수가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장기요양수요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요양병원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요양병원간 질적 편차가 크며 ▲인력 및 시설여건이 취약하여 질 향상 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난 1월부터 모든 전국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인증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간병비가 급여화되어 있지 않아 병원들이 간접 또는 알선고용형태로 간병사를 채용하고 있고 간병사 1명당 환자인력기준이 아직 마련되어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