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해 누구보다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9일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를 위한 의료계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가천의대 배승민 교수는 “정신과 의사는 학대로 인한 아동의 후유를 확인하고 이를 줄이거나 없애는 역할을 해야 하고, 위탁 중이거나 치료 때문에 분리가 된 아이가 가정으로 재결합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통합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위탁 중이라면 학대 경험을 또 다른 트라우마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가정법원 등과 전문가로서 자문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향의대 이연정 교수도 아동학대 사례에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의과대학 교육에 아동학대 관련 연수교육이 포함될 필요가 있고, 의사는 전문가로서 아동학대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해아동 보호체계 내에서의 의료시스템은 매우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의대 곽영호 교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범죄 등을 의심해 신고한 신고의무자의 신분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담의료기관들은 원내 아동보호팀 구성을 통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국회의원 모임’과 함께 1일 온라인으로 공동주최한 아동학대 방지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신고의무자의 신분보호를 위한 조치와 함께 병원 내 아동보호팀 구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법적신고자들이 느끼기에 신고자들의 신분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다고 느끼고, 법률조항이 있고 처벌규제 또한 있지만 구체적 실행력이 부족해서 (신고자들을 위한) 특단의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대 정황이 의심돼 검증이 필요할 때 일차의료기관이나 지역현장에서 의뢰 가능한 전담의료기관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예산 확보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담의료기관은 국공립병원, 보건소, 민간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아동보호팀이 있는데 2000년 초반까지는 많이 활동하다가 이후에 많이 없어졌다. 활동이 미비
“아동학대 신고를 무슨 접촉사고처럼 처리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가끔 훈련 안 받으신 경찰분들이 오면 그냥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하시거든요.” 지난달 20일 전북지역 경찰이 아동학대 의심 사례 신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고한 의사의 신분을 노출해 해당 의사가 가해 의심 부모에게 폭언을 듣는 등 정신적 피해와 여러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인의 신분 보호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꼬집었다. 곽영호 교수는 “사실 신고를 하면 황당하게도 신고받는 사람 중에 ‘설명하다 보면 병원에서 신고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서 (가해 의심 부모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경찰이나 관계 공무원 등 신고받으시는 분들이 신고하는 쪽의 신분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줘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가 꽤 있다”고 털어놨다. 즉, 가해 의심 부모와 상담하다가 결국 신고자가 신고한 내용을 설명하게 되는데 신고내용 속에 신고자의 신분이 자연스럽게 노출돼 가해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