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의 저수가로 각종 의료왜곡이 발생하는 마당에 비급여까지 없애면 의료기관의 편법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 소식지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원가 이하의 저수가를 강제하는 정부규제를 반드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지난 3월 10일 의사파업 이후 의료계가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파업 이후 보건복지부는 원격진료에만 매달리고 있고 의사들은 내분 속에 끌려다니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의사임에도 병원의사와 개원의 등 많은 직역으로 갈라져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의사들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의 투쟁을 벌인 이유는 필수의료일수록 원가이하로 통제받는 현 건강보험체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허대석 교수는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가격규제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입증됐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여객선 운임으로 수익을 낼 수 없도록 정부가 운임을 통제한 결과, 불법증축과 화물과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가 이하의 저수가 역시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의료수가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환자수와 비급여 의료행위를 늘리는 의료제도이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불법증축 및 과적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허대석 교수는 정부가 필수의료 원가를 보상해주더라도 비급여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가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금년부터 비급여까지 없애게 되면 정부 스스로 의료기관의 편법을 조장하고 또 그것을 단속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의료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업의, 봉직의 등 직역별로 이해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의료수가 문제 외에도 제도개선 방향에서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정합의문에는 많은 조항이 있지만 꼭 해결돼야 할 과제는 저수가 문제가 아니라 ‘원가이하의 수가’라는 정부의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더 이상 출산에 참여하지 않고 흉부외과 역시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로 전락해 병원에서 환자들은 끊임없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허대석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재앙이 발생하기 전에 이번에는 의료제도를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