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에서 14일째 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에게 유가족들을 돌보던 의료진들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7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의사출신의 3선 의원인 안홍준 의원이 “단식을 제대로 하면 벌써 실려가야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 것으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언론 보도됐다.
또한 안 의원의 말에 같은 당 신의진 의원은 “의원님은 힘들잖아요”라고 답했고 서용교 의원은 “제가 해봤는데 6일 만에 쓰러졌어요”라고 답했다는 것.
그러자 안홍준 의원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가도록…적당히 해봐야…”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돌보던 의료지원진들은 8일 성명을 통해 “의사 출신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의료진은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해왔던 우리 의료인들은 자식을 잃은 상태에서 단식을 지속하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봐왔다. 그런데 의사인 안홍준 의원이 다른 의사출신 국회의원들과 나누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미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단식에 돌입하게 되어 크게 우려해 그동안 의학적 권고를 해왔다”며 “다만 세계의사회의 '단식투쟁에 대한 말타선언'의 단식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라’는 지침에 따라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와중에 같은 의사인 안홍준 의원이 다른 동료의사인 새누리당의 신의진, 서용교 의원과 나누었다는 말을 듣고 이들이 단식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어떠한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어떻게 의사가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봐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이들에게 세계의사회의 단식투쟁에 대한 선언을 상기시키는 것조차 사치스럽다”고 참담한 심정을 나타냈다.
세계의사회의 말타선언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해야 하는 의사들의 윤리적 의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안홍준 의원은 “단식 유가족들을 의료진이 강제로라도 병원에 이송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의료윤리에 대한 몰지각함”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의지로 단식을 하는 단식자에게 강제급식이나 영양공급을 하는 것은 말타선언에서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라고 세계의사회 말타선언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안 의원이 “제대로 단식을 하면 25일까지 못 간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유가족들의 단식을 거짓으로 매도하는 파렴치한 발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의료진은 실제로 마지막 남은 단식자 김영오 씨의 경우 체중이 처음보다 15%정도 감소되어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식을 먼저 보낸 죄로 유민이 옆에 묻히겠다’며 단식을 강행하고 있는 것.
세월호 유가족 의료지원진은 “안홍준 의원이 할 일은 망언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농성장에 방문부터 하는 것이었다”며 “의사 안홍준은 자신의 망언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또한 안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다른 의사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도 “자신들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안홍준 및 다른 의사출신 국회의원들이 최소한의 양심과 의사로서의 윤리적 의무를 지키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홍준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해당 취재진에게 “세월호 유족을 폄훼하는 대화가 아니었고 의사의 상식으로 제대로 단식하면 견뎌내기 힘들다는 생각에 신의진 의원한테 얼마 정도 견딜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라며 “생명을 걸고 단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홍준 의원은 부산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경남마산을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지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서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