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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런 식이면 원격의료 불참 선언 하겠다”

조인성 위원장, 의료계 집단 휴진 돌입 할 수 있어


“정부에서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계속 원격의료를 강행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원격의료 사업에 전면 불참할 수밖에 없으며 최후의 수단으로 집단 휴진 투쟁까지 고려할 수 있다.”

조인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역 근처의 모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의료계의 동의를 얻지 않은 정부의 원격의료 강행에 대한의사협회는 계속해서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원격의료 전면 불참에 이어 집단 휴진 투쟁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최후 통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인성 위원장은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원격의료의 실체가 국민들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의료의 정확한 개념과 이로 인한 실제적인 득실이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예를 들어 현행 의료법상 대면진료 원칙이 규정돼있다. 이걸 바꾸려면 비용대비 효과성 검증, 국민적 합의 등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바로 이 점이 의협이 비대위까지 구성해 원격의료를 강력히 반대하는 주 이유라는 설명이다.

특히 “텔레메디신, 유비쿼터스 메디신, 헬스케어 등 원격의료를 규정하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는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가 지나치게 의료산업화에 치중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일부 실시하기도 했고 외국사례도 있지만 원격의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조인성 위원장은 “외국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정작 원격의료를 통해 고혈압이나 당뇨수치 등이 떨어졌다는 등의 구체적 증거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잘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전혀 없이 졸속 처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험성을 논하기 앞서 의사들조차 원격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니 당연히 신뢰할 수 없고 점점 불안감만 커진다는 것이다.

원격의료가 지금까지 의사들이 교과서와 임상을 통해 배워왔던 대면진료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인성 위원장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잘못”이라면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당연히 기존에 정책을 담당해오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사자인 국민과 환자에게도 이런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휴대폰으로 간단히 진료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편의성만 홍보해 본질을 왜곡시켰다”고 비난했다.

정부가 원격의료가 마치 의료를 배달음식처럼 간편히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양 강조·왜곡하는 ‘일방 통행식 행정의 전형’을 끊임없이 보여줬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10월 29일 원격의료를 입법예고한 지 정확히 1년여가 지났다. 차라리 입법예고를 좀 늦추더라도 6개월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면 지금과 같은 극한 대립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국감에서 원격의료 지적돼 고무적…좀 더 심도 있는 논의 없었던 건 아쉬워…
현재 국회에서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도 당연히 정부의 원격의료 강행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왔지만 빠듯한 국감일정으로 인한 제한된 시간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복지부 국감에 대해 조인성 의협 비대위원장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조인성 위원장은 우선 “다른 이슈에 비해 원격의료가 많이 다루어졌다. 아직 국감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국감을 통해 국민들에게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좀 더 알릴 수 있게 됐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비대위에서 그동안 지적했던 내용이 많이 나온 것은 분명 그동안 비대위가 여야의원을 꾸준히 접촉해오며 우리의 뜻을 적극 전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면서 “예를 들어, 야당의원들이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적했지만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학적 판단 없이 어떻게 경증과 중증을 구별하나?
조인성 위원장은 “복지부가 재진환자나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실시해 의학적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경증환자를 원격진료 한다는 것 자체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모를 환자를 의학적 판단이 아닌 자의적 판단으로 경증으로 분류하고 진료하는 것’으로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예를 들면, 배가 아픈 환자를 진료하는데 환자가 배가 아픈 것은 단순 소화불량인지 위염 때문인지 의사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기침을 계속하는 환자의 증상 역시 경증인 감기 때문인지 중증인 폐결핵 초기 증상인지 섣불리 판단내릴 수 없다.

이처럼 환자의 질병이 경증인지 중증인지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한다는 말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조인성 위원장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원격진료로 인해 진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청진과 촉진이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고혈압의 경우 의사의 청진 없이는 정확한 진단 자체가 어렵다. 정형외과의 경우도 촉진이 없이 환자의 관절운동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런 이유로 52개 질병코드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래봤자 대면진료보다 정확한 판단은 어려워 오진 가능성을 없앨 수는 없다. 오진 위험이 높아질 것이 분명한데도 단지 편의성을 위해 원격진료를 강행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인성 위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바로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이 제기되지 않은 게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번 국감을 통해 국민과 환자들에게 원격의료의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거듭 밝히며 “아직 국감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이 더 자세히 다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원격의료로 인해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도 있어
조인성 위원장은 원격의료로 인해 환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조 위원장은 “현재 끊임없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원격의료 역시 이로 인해 환자의 민감한 질병정보가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이 과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의 질병정보는 단순 개인정보보다 훨씬 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만일 유출된다면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 역시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 정 해야 한다면 극히 제한적으로 해야
조인성 위원장은 원격의료를 정 시행해야 한다면 불가피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의료계도 원격의료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님을 내비쳤다.

그는 “세계적 트렌드나 정보통신의 발달, 소비자 요구, 라이프 스타일 변화 등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실제로 거동이 불편하고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오지에 거주하며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병원 방문 자체가 어려운 일부 환자의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행하더라도 충분히 오진 위험성을 제거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등 일정한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며, 이 때에도 원격의료가 주가 되어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만 시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경증질환은 전혀 협의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비대위도 진정 국민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원격의료 법안 저지와 원격의료 위해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에 역점을 두다 보니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진단과 처방’ 아닌 ‘교육과 상담’ 목적이라면 고려할 수 있다
조인성 위원장은 현재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는 ‘진단과 처방’을 위한 원격의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으로 ‘교육과 상담’ 목적의 원격의료라면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한 ‘원격의료를 통한 교육과 상담’은 컨설팅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원격의료를 통해 진단과 처방은 불가능하지만 환자가 대면 진료 전에 의료인과 질병과 생활습관 등에 대해 상담하는 것은 가능하다.

조인성 위원장은 “두통이나 스트레스 장애, 비만관리 등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처방이나 진단은 오진 가능성 때문에 당연히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건 전문가로서 책임의식에 따른 것
조인성 위원장은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전문가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면진료권 보호보다 이런 이유가 훨씬 더 크다”면서 “이 때문에 원격의료를 받아들이고 대신 정부와 이면합의를 통해 다른 이득을 챙기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래서 의협은 이번 원격의료 저지 투쟁을 대면진료권에 대한 의사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측면에서 ‘권리투쟁’, 또는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도모한다는 면에서 ‘가치투쟁’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인성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도 이런 의료계의 충정을 오해 없이 잘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확고한 정부 당국에도 “의료를 지나치게 산업적 측면이나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건강과 안전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전했다.

특히 “정부에서 계속해서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오진 위험성이 높은 원격의료를 강행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위해 ‘원격의료 전면불참’을 선언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불가피하게 최후의 수단으로 ‘의료계 전면 휴업’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