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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내과마저 기피과 된 현실…환자 생명 위협

대전협, 전공의들의 절규에 국민적 관심과 지지 필요

전국 각 수련병원의 내과들이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어 ‘의료의 꽃’이라 불리는 내과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주세브란스병원 내과의 내년도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어 이 병원 1년차 내과 전공의들이 병원 측에 해결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국민에 당부했다.

대전협은 “이 문제는 한 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모든 병원이 비슷한 상황이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나흘째 파업 중인 원주 세브란스 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의 마음이 전국 모든 내과 전공의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전공과목을 분류할 때 ‘메이저 과’라 불리는 과들은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내외산소)를 말한다.

이 중 내과를 제외한 세 개 과는 이미 십 년 넘게 전공의 지원율이 미달인 상황이지만 내과는 ‘의료의 꽃’이라 불리며 사명감 있는 의대생들의 소신 지원이 최근까지 이어졌는데, 이제 내과 마저 전공의들의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지원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은 “이제 내외산소 모든 과가 의사들의 기피과가 된 셈”이라며 “현재 파업 중인 내과 전공의들의 요구는 ‘3차 병원에 맞는 내과 진료를 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 병원들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비용 때문이다.

3차 병원은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가 아니라 전문의의 숙련도를 가진 촉탁의(hospitalist)가 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촉탁의들은 전공의들의 교육도 일부 담당한다.

촉탁의들을 정식 고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고용에 상응하는 추가 비용이 들어 병원들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고 그 결과 이미 우리나라 대형 병원의 주말과 야간 등에는 병원에 남은 숙련된 전문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송명제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들에게 살인적인 근로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반인권적 불법 행위일 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주당 근로시간은 최소 100시간에서 최대 140시간.

이에 대해 대전협은 “일주일이 총 168시간에 불과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공의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전공의에 대한 유럽 근로기준(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 for Doctors in Training)’에 따라 근무시간을 주당 48시간 근무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주당 80시간 초과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도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주당 45시간이다.

대전협은 “의료 선진국들의 이런 제한들은 전공의 근로 시간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각국의 경험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전협에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공의특별법 발의를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병원 경영진의 반발과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대처로 법제화가 무산된 상황.

그 대신 전공의 수련기준 표준안이 개정되어 각 병원들은 올해 7월부터 전공의 근무 주당 80시간 초과 금지, 연속 근무 36 시간 초과 금지, 주 당직 3회 초과 금지 등을 이행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로 시켜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협은 “개정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공의 근로를 대신할 추가 전문의 인력(촉탁의, hospitalist)을 고용해야 하는데 정부와 병원 측 어느 쪽에서도 진심 어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부는 아무런 지원 없이 수련 병원 측에 어떻게든 개정안을 시행할 것만을 강요했고, 병원들도 아무런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전공의들에게 알아서 수련기준 개정안에 맞춰 ‘주간수련현황표’를 작성해 내라고 강요했다“고 분노했다.

송 회장은 “전공의 근무 환경은 수련 기준안이 개정된 전 후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이런 식으로 날조된 ‘주간수련현황표’를 바탕으로 전공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현재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병협, 그리고 대전협 등 모든 단체가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문제는 개정안이 정말로 지켜지는지 감시, 감독할 독립적인 전공의수련평가기구가 없다는 것.

병원신임평가기구가 존재하지만 이 기구는 병원 협회 소속으로 고용자가 피고용인의 근로 환경을 평가하는 구조여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독립적인 전공의수련평가기구가 존재하며 전공의들도 이 기구에서 진행하는 설문에 참여하도록 의무화되어있다. 또한 여기서 이루어지는 평가를 바탕으로 수련 병원 자격을 박탈되거나 정부지원금이 삭감 또는 전공의 인력배치에 제한을 받는다.

전공의들은 지난 3월 10일 의료투쟁 당시, 제2차 의정협의서에서 독립적인 전공의수련평가기구를 만들 것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했다.

협의서에 따르면 독립적인 수련평가기구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그리고 대한병원협회가 동수로 참여하는 독립성을 갖춘 평가기구로 발족하게 된다.

그러나 병원협회가 독립적 수련평가기구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수련 병원의 전공의 수련에 관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정부 역시,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비용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명제 대전협 회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전공의들이 매우 힘들어하고 있지만 문제는 결국 이 피해가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내과는 환자 소생을 전담하는 과로, 제대로 훈련된 내과 의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3차 병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일침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죽을 고비에 봉착하면 ‘코드 블루’를 전 병동에 방송하는데 이 때 복도와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의사들이 모두 내과 전공의들이다. 이제 그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송 회장은 “독립적인 전공의 수련평가기구를 개설해 전공의 수련기준 개선안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감시해수련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절실하다”면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현명한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