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상태에서 진료한 전공의에게 해당병원과 복지부가 중징계를 내리기로 한 결정한 것에 대해 전의총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3살된 남자아이의 봉합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병원은 전공의에 대해 병원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복지부는 의료법 위반여부를 검토하여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찬열 의원은 음주진료에 대해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언론 보도에서처럼 해당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수술장갑도 끼지 않은채 봉합수술을 함으로써 환아에게 피해를 야기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이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했다.
의사들의 권익을 위해 결성된 강성 단체인 전의총 역시 해당 전공의가 마땅히 잘못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전의총은 “과연 그를 파면시키고,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정지를 시키며, 법으로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것이 이 사안의 궁극적인 해법인지는 의문”이라며 해당 병원 성형외과 1년차 전공의가 가히 살인적인 조건으로 근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해당 병원 전공의는 주 6일 당직에 하루 비번이 주어지지만, 하루의 비번일마저도 당일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다음날 새벽 6시 출근해야 하며, 응급실 콜만 면제될 뿐 병원에 머무르며 병동콜은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즉, 상급자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적어도 병동 콜은 받으면서 근무해야 했던 것이며, 주 132시간을 근무한 이후 주 144시간중 주어진 12시간의 비번일임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음주 상태로 응급실 진료에 임해야 했던 것이다.
또한 주위 동료 의사는 모 의료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음주 진료를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해당병원의 수련환경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음주진료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수련환경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의 잘못도 물론 있지만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뒤로 한 채 오직 당사자에게만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을 심히 결여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전공의 수련 병원에서는 당직 전공의를 음주상태로 환자 진료나 처치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본 윤리로 준수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 역시 많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전의총은 “음주진료는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수련병원의 임상각과 과장들이 책임지고 조치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응급실에 진료 및 대기환자가 많이 몰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응급실 인력들이 충분히 제지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전공의에 대하 파면 및 면허정지 처분은 지나치다”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전공의가 교육생 신분이라는 점 역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교육생이 술을 마신채 교육을 받는 동안 교육을 담당해야 할 병원 측 인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전공의가 야기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병원 측에서 늘 강조하는 대로 전공의가 교육생 신분이라면 마땅히 교육을 담당한 병원 측에 1차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전공의를 파면한 교육 담당 교수는 보직해임 처분에 그쳤고, 병원 이사장 역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총은 “음주상태에서 진료에 내몰린 교육생 신분의 전공의를 보호할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면 수련병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면서 “전 세계 유례없는 저수가 상황에서 전공의에게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한 병원과 교수들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파면 조치를 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전의총은 “전공의 파면을 주장하기 전에 저수가를 강요하고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체계를 왜곡시키는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먼저 파기되어야 한다”면서 “해당 전공의의 파면 및 면허정지처분 등을 즉각 취소하고 상황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국회, 수련병원 측에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단편적 사건만 부각하여 여론을 부추길 궁리보다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