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한의사협회에 이어 카이로프랙틱협회도 대한의사협회를 정조준하고 나서 주목된다.
정부가 지난달 확정한 규제기요틴 정책과제에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어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도 정부의 규제기요틴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카이로프랙틱협회가 이처럼 정부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규제기요틴 정책과제에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사용 허용뿐만 아니라 카이로프랙틱 별도 자격 신설 등을 통해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제공을 허용한다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이로프랙틱 닥터’는 정식 의료인으로 등록되지 않아 합법적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 직역의 전문화 세분화 차원에서 규제를 개혁해 국민들이 대체의학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대한카이로프랙틱 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 국민 보건 향상과 새로운 직능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대승적 결단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협을 비롯한 관련 의사단체를 향해 “정부의 사려 깊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오히려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협은 정부의 카이로프랙틱 별도 자격 신설 방침에 대해 “비의료인도 소정의 관련 교육만 받으면 도수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작용발생 가능성과 위험성을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또한 “국가가 앞장서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20일)부터는 의협 추무진 회장이 규제기요틴 정책과제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투쟁까지 예고한 상태.
의협의 이 같은 강력한 반대 입장에 맞서 카이로프랙틱협회는 “의료인도 비의료인에서 ‘소정’의 교육을 받아 환자를 치료 하는 의사가 된 것”이라고 응수하며 “카이로프랙틱 치료가 의사들의 주장처럼 그렇게 위험한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카이로프랙틱 치료에 대해 “숙련되고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많은 건강문제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위한 소정의 교육시간은 비의료인의 경우 4,400시간 이상이며, 의료인(의사, Medical Doctor)의 경우도 의학교육 이외에 2,200시간 이상이다.
카이로프랙틱협회는 이와 관련해 “4,400시간의 교육이란, 대학교육에서 한 학기를 16주로 봤을 때 6년(12학기)동안 매학기 22~23학점씩을 이수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하는 대상도 이러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카이로프랙틱협회는 “이러한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며, 이에 따라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라는 의사들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카이로프랙틱협회는 더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서도 “과연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고 있는 ‘소정’의 교육을 받고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안에 따르면 의료인이더라도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 이외에 2,200시간 이상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고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들도 미국 등에서 카이로프랙틱을 추가 전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의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카이로프랙틱 시술을 하는 의료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카이로프랙틱협회는 “우리나라에 충분한 교육 과정을 거친 의사는 일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국내에서 몇 시간짜리 세미나나 단기교육을 받고 환자들에게 시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사들을 겨냥해 “국민건강을 위해하는 것은 정작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끝으로 협회는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세계카이로프랙틱연맹 가맹단체”라고 강조하며 “국제적인 기준을 무시한 우리나라의 카이로프랙틱 행위를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고 국제사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한편, 카이로프랙틱 별도 자격을 신설해 합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협은 정부 정책에 대응해 오는 3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 과와 공동으로 대회원 카이로프랙틱 연수강좌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의협은 이미 각 시도의사회와 진료과별 개원의협의회 등에 공문을 통해 3월 열리는 ‘카이로프랙틱 연수강좌’ 연자를 모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