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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복지부, 언제까지 ‘제약사 퍼주기’ 할건가?”

의원협회, 약가제도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 촉구

의원협회가 정부가 마련한 약가제도 개정안에 대해 “제약사 퍼주기 개정안이나 다름없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의약품의 건강보험등재 및 약가산정에 관련한 시행규칙(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2개의 관련고시(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60일간 입법예고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신약 등재시 경제성평가 없이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은 약제의 경우 공단 협상절차를 생략해 등재할 수 있는 신속등재절차(fast track) 운영 ▲신약의 적정가치 약가산정에 반영 등이다.

의원협회, 정부 스스로 약가제도 근간 무너트려
대한의원협회는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가 제기한 첫 번째 문제점은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근간을 복지부 스스로 와해시켰다는 것.

복지부는 지난 2006년 말 선별등재방식을 도입해 약제의 비용효과성을 극대화하고 신약 등에 대해서는 등재여부 및 상한가격을 건보공단과 제약회사가 협상하는 절차를 도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신약가격이 심평원 통과가격 대비 평균 86%수준으로 떨어져 절감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고, 약가협상이 도입된 2007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신약 약가협상을 통해 절감된 금액이 총 3132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815억원이 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협회는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경제성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 약가를 수용하는 조건에 제약회사가 동의할 경우 공단과의 협상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이어져온 약가제도의 근간인 선별등재방식과 공단 협상절차를 복지부 스스로 무너트렸다는 것.

의원협회는 “이로 인해 선별등재방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제성평가를 받지 않게 되어 신약의 비용효과성를 전혀 평가할 수 없게 됐고, 공단-제약사간 협상절차를 생략해 건보재정의 효율적 사용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신약가 낮다는 주장 근거는 어디 있나?”
두 번째로 의원협회가 제기한 문제점은 “국내개발 신약의 약가수준이 낮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

이번 개정안에서는 신약의 적정가치를 인정해달라는 제약계의 주장을 수용해 효과 개선, 부작용 감소, 복약 순응도 개선 등이 인정되는 신약은 비교약제 개별 가격수준으로 상향해 약가를 산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의원협회는 “그런데 문제는 국내개발 신약의 약가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개발한 신약의 국내 약가수준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것”이라면서 “국내개발 신약의 약가수준이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것인지 아니면 높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자사는 한국에서 신약가격을 높게 받고 싶어 국내 등재신약 가격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일 뿐, 국내개발 신약 가격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한 혜택의 대부분이 국내 제약사가 아닌 외자사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개정안 내용 중 복합제 약가산정 개선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복지부의 ‘제약산업 육성 추진과제’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원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제약협회의 요구에 복지부가 굴복해 통 큰 선물을 선사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제약산업육성, 왜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하는가?
의원협회는 “제약산업 육성을 왜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복지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R&D 중심의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맞춰 개량신약, 혁신형제약기업의 복제약, 원료합성 복제약 등에 대해 약가를 우대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로 인한 복제약 진입 시,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복제약의 경우 최초 1년간 68%를 가산하여 일반 기업의 59.5%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우해주는 것.

의원협회는 이번 개정안 중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촉진을 위해 신약의 혁신가치를 반영하고 조기등재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 내용에 대해서도 “신약의 가치를 인정해 약가를 높게 책정해주면 건강보험은 재정지출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복합제 약가 너무 높아 건보재정 악화 우려된다
개정안에서 복합제 약가를 높게 산정해주는 근거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는 2007-2011년 사이 보험등재된 복합제의 경우 최초 1년간 가산대상에서 제외하고, 복합제 약가의 산정기준이 된 단일제의 약가가 조정된 경우 연동해서 약가인하를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본 회가 엑스포지정이 특허가 만료되었음에도 최초 1년간 약가가 전혀 인하되지 않고, 특허만료 시점에서 개별 단일제인 노바스크(5mg)와 디오반정(80mg)의 단순합(892원)보다 복합제인 엑스포지(5/80mg)의 가격이 978원으로 더 높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 이번 개선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개선안은 본 회 주장의 극히 일부만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며 “복합제 최초 약가산정 시에는 개별 단일제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 맞지만, 특허가 만료되어 약가조정을 할 때에는 여타 단일제와 마찬가지로 특허만료전 상한금액의 53.55%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제약사의 복합제 개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복지부가 복합제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지출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주요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약사는 약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으로 그들의 역할이 끝난다”라며 “그럼에도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보재정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정부의 보장성 확대계획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산업 육성에까지 건보재정을 사용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끝으로 의원협회는 “국민의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OECD 평균(15.4%)보다 1.3배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약가를 자꾸 높여주게 되면 약품비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면서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약가정책에 공급자와 가입자를 적극 참여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