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영리성이 충돌하는 우리나라 의료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바람직한 지를 논의라는 자리가 마련됐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사)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바람직한 의료,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문정림 의원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2년 후면 도입 40주년을 맞는다”면서 “이제 우리나라 건보제도 및 의료 공급체계가 국민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 우리 건보제도가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을 지를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 좌장은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또한 신영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 지영건 차의과대학 교수,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박은철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 임웅재 서울경제 논설위원,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발제 후 패널로 참여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개혁방향’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가 지나치게 영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모두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는 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비라는 3대 비급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대표적 공공병원 중 하나인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최근 메르스 환자를 받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건을 거론하며 “이는 우리나라 공공병원이 영리 추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사실 의료는 다른 일반적인 상품과 달라 관리방법이 다름에도 단순히 공공재로만 취급되어 이처럼 영리추구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병원들은 지난 40년 동안 3대 비급여를 통해 저수가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그는 지나치게 이념화된 의료 및 환경변화를 못 따라가는 의료공급체계, 사회보험에 적합하지 않은 자유방임적 의료체계, 의료기관 질 자치로 인한 대형병원 쏠림현상, 의료비 폭증으로 인한 건보제도 지속가능성 위험 문제 등을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규식 원장은 “최근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듯이 우리나라 의료의 기본이 이토록 부실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건보제도를 기본권 차원에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념과 정책을 새로이 구성할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 공급 위해 재정 충분한 뒷받침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공급자 측 패널들은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 공급을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의료서비스 공급이 지속가능하려면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함에도 정부는 돈 문제는 외면하고 보장성 강화 정책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뒷받침돼야 의료공급자들에게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국민들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저수가 체제로 인해 이런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의료계가 보험료율을 합리적으로 인상할 것을 인상해도 정부나 가입자들은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한다”면서 “정부가 비용 지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무조건 ‘갑’ 행사만 하여 한다면 건보제도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사들이 과잉진료하고 국민들이 의료쇼팅을 하는 등 의료가 과잉공급되어 건보재정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시스템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설계돼있어서 위기가 초래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대형병원 선호, 동네병원과 대형병원 경쟁도 문제
지나친 대형병원 선호현상과 무조건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우선 정책이 건보제도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의과대학교 의과대학 지영건 교수는 “4대 중증질환자들이 대형병원 이용이 꼭 필요한지 따저본 후 보장성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나 호주처럼 우니나라도 개방형 병원체계가 구축된다면 의사들이 무리하게 개업해 시설, 장비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개원의사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자영업자인 개원의사들이 무리하게 시설, 장비에 투자해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의료 행위량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 지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영건 교수는 “무조건적인 보장성 확대정책은 급여 우선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