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이 너무나 열악해 메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의료연대본부는 “메르스 병원내 감염을 차단하고 환자치료에 간호사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안전장비 미비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으면서 일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언론에서는 이러한 현실과 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방역복 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간호사가 마치 헌신적인 간호사의 모범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어, 병원 현실을 왜곡하고 더 큰 위험을 부르고 있다는 것.
의료연대본부는 “이런 보도 때문에 근로기준법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요구하는 간호사는 마치 분위기 파악 못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이상한 간호사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심각한 인력부족과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간호사 자신도, 환자와 보호자도 모두 감염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현재 응급실 간호사의 42%가 결핵, 간염, 에이즈 등의 전염병에 감염되고 있는 상황. 한국의 응급실은 외국과는 달리 개별 진료실 없이 같은 공간을 사용해 병원감염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은 전염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가진 환자가 찾아오는 곳”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병원은 늘 감염 위험에 노출된 곳으로 인식하고 보호장구와 물품을 제대로 구비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숙련된 적정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병원들은 수익창출을 위해 고가장비는 많이 구입해도 간호사 등 병원 인력에 투자하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병원의 80%가 의료법에 명시된 인력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
의료연대본부는 “정부는 이런 병원들에 대해 관리하지 않고 의료법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인력부족은 해결될 기미없이 악순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메르스 이전에도 한국의 병원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만큼 만성적인 병원간호사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간호사 인력과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취업을 꺼려 상당수 간호사 면허는 ‘장롱면허’로 전락해 간호사 취업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4년마다 하는 병원 평가인증과 감염관리지침으로는 병원감염을 막을 수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일침했다.
특히 “메르스와 전쟁중인 간호사에게 감염관리 공문만 내려 보내지 말고,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느끼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노동부에 대해서도 “실태조사 시늉만 내지 말고, 근로기준법부터 지키도록 하고, 임금체불이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