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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혈액종양내과] 혈소판무력증 (Glanzmann's Thrombasthenia)

박 선 양

서울의대 서울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Dept. of Internal medicine,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서 론

 

혈소판무력증(thrombasthenia, glycoprotein IIb-IIIa deficiency)은 1918년 Glanzmann이 처음 기술하였고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매우 드물다. 혈소판수는 정상이면서 혈소판 응집이 일어나지 않아 지속적으로 출혈경향을 보이는 환자들이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1970년대에 이르러 이 질환의 원인이 혈소판막 단백질인 GPIIb와 GPIIIa의 결핍 때문임이 밝혀졌다.

 

GPIIb-IIIa 복합체

 

GPIIb와 GPIIIa를 전사하는 유전자는 17번 염색체의 장완에 존재하며 정상 혈소판에는 약 4~8만개의 수용체가 존재한다. GPIIb-IIIa 수용체(αIIb,β3)는 한개의 GPIIb 분자(140 kDa)와 한개의 GPIIIa 분자(105 kDa)로 이루어져 있고, 13 6kDa의 α-subunit과 92 kDa의 β-subunit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이종이중체 결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수 요소이다. 정상 혈소판에서는 GPIIb-IIIa 수용체가 섬유소원을 인식하면서 혈액응고 기전에 기여하게 된다.

 

GPIIb-IIIa 다형성증 (polymorphism)

 

GPIIb-IIIa 다형성증 때문에 수혈후 자반증(post-transfusion purpura)과 신생아 혈소판감소증(neonatal thrombocytopenia)이 발생하며 이를 일으키는 항원도 대부분 GPIIb와 GPIIIa의 막단백 표면에 존재한다. 이런 혈소판항원은 HPA(human platelet antigen)이라고 부르며, 이중 중요하게 생각되는 HPA-1a와 HPA-1b 항원은 GPIIIa의 막단백에 위치하고 있다. GPIIb-IIIa의 다형성증은 현재 40여개의 GPIIIa 다형성과 2개 정도의 GPIIb 다형성증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 혈소판무력증 환자의 혈소판에서 제대로 항원 표현형을 알아내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혈소판을 null platelet이라고 부른다.

 

분 류

 

1972년 Caen 등은 혈소판무력증을 혈소판응집의 정도에 따라 임상적으로 증상이 심하고 응혈괴 형성이 거의 없는 1형과, 증상이 경미하고 응혈괴 형성이 어느 정도는 존재하는 2형으로 분류하였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분류는 1990년 George 등이 제시한 것으로(Table 1), GPIIb-IIIa가 정상치의 5% 미만인 경우를 1형, 정상치의 10~20%인 경우를 2형, 그 외에 GPIIb-IIIa가 정상치의 50% 이상 또는 거의 정상 수치이지만 혈소판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변이형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GPIIb-IIIa 결핍증은 보다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변이형 내에서도 독특한 변이형들이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다.

 

 

 

유전 양상

 

혈소판무력증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므로 남자와 여자 모두에서 발병한다. 매우 드문 질환이지만 근친 결혼이 많은 지역에서는 꽤 흔히 발견된다. 한쪽만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이형접합체는 증상이 없고 혈소판수와 기능 모두 정상이다.

 

임상 양상

 

대부분 유아기나 소아기에 발견되나 드물게는 청소년기에도 발견된다. 사소한 충격에도 멍이 들거나 전신 점상출혈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비출혈이나 잇몸출혈 등이 자주 발생하며 국소지혈과 혈소판수혈로도 지혈이 쉽지않은 경우도 있다. 위장관내 출혈, 근육 내 혈종, 생리량 증가 등도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다.

 

진 단

 

혈소판무력증 환자의 혈소판 모양과 수는 정상이지만, 출혈시간이 늘어나 있고 응혈괴 퇴축(clot retraction)이 없거나 감소되어 있다. 섬유소원과 혈소판 사이에 작용하여 혈소판응집을 일으키는 ADP, 콜라겐, 에피네프린, 그리고 트롬빈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혈소판응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Fig. 1). 그러나 일부 변이형 혈소판무력증에서는 ADP에 대한 혈소판응집이 늦게나마 있는 경우도 있다. vWF(von Wilebrand factor)와 GPIb 사이에 작용하여 혈소판응집을 일으키는 ristocetin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혈소판응집이 일어난다(Fig. 1).

 

 

최근에는 ADP나 그 유사체 투여에 따른 혈소판응집 반응을 유세포분석과 단클론항체를 이용하여 측정하기도 한다. 이밖에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면역탁본검사(immunoblotting)를 이용하거나, 돌연변이를 발견하기 위해 SSCP(single stranded conformational polymorphism) 검사법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연구목적 이외에는 널리 쓰이지 않는다.

혈소판무력증은 드물고 다른 혈소판기능 장애를 가지는 질병들과 임상양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진단하는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철저히 검사할 것이 권고된다.

 

1단계는 철저한 병력, 가족력, 출혈의 중등도, 수혈력 등에 대한 조사와 기본검사, 그리고 출혈시간, 응고시간, 응혈괴퇴축(clot retraction) 등 혈액응고검사와 말초혈액도말검사를 통한 혈소판 모양의 확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상 혈소판수와 모양을 가지는데 출혈시간과 응혈퇴축의 이상이 있고 가족 중에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혈소판무력증을 강력히 시사한다.

 

2단계는 혈소판응집능을 검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며, 다른 혈소판기능 장애 질병과도 감별이 가능하다.

3단계는 유세포측정 등을 통한 GPIIb-IIIa 수용체 결함을 찾아내는 과정인데, 이 과정은 연구목적 이외에는 널리 쓰이고 있지 않다.

놓치기 쉬운 부분이 역시 약물 복용력이며, 처음 환자를 진찰한 의사는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제들은 valproic acid 같은 항 경련약제, aspirin, NSAIDs, ticlopidine, clopidogrel, cilostazol 같은 항혈소판제제들이며, 베타수용체차단제(beta-blockers)도 일부 혈소판기능 장애를 가져온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인자 선별

 

혈소판무력증 유전자의 반쪽만 가지고 있는 이형접합체인 보인자는 출혈 등의 임상증상이 없고 혈소판응집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형접합체의 혈소판막에는 GPIIb-IIIa 복합체가 정상의 절반 정도로 감소해 있고 그때문에 섬유소원과의 결합에 약간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 보인자 선별검사 중 가장 정확한 검사는 DNA 검사이다. PLA1 항원, GPIIIa Taq 1 이형성 등에 대한 검사를 통해 보인자를 선별해 낼 수 있다.

 

치 료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외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혈소판무력증 환자의 치료는 관리가 중요하며 가장 중요한 관리는 출혈이 생길 수 있는 외상이나 충격을 피하는 것이다. 철저한 치아 위생관리를 통해 잇몸출혈이나 발치가 필요해지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그만 출혈은 국소지혈로 대부분 멎지만, 위중한 출혈이 생겼을 경우에는 국소지혈 뿐만 아니라 대량의 혈소판수혈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혈소판수혈의 문제점은 추후 GPIIb-IIIa나 HLA에 대한 항체가 생겨 동종면역이 발생하는 것이며, 이 경우 종전보다 더 많은 혈소판을 투여하여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혈소판수혈이 필요한 경우 HLA형이 맞는 제한된 공여자로부터 계속 혈소판을 공급받는 것이 바람직하나 실제 시행은 어렵다.

 

최근의 외국 논문이나 교과서들에는 재조합 7a인자 (recombinant factor VIIa, rVIIa, Novoseven¨)를 1차 치료로 많이 권고하고 있다. 재조합 7a인자는 효과나 안정성이 인정되고 있으며, 출혈이 생겼을 때뿐만 아니라 수술 등의 침습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예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출혈이 반복되는 환자의 경우 경구 철분제제와 엽산을 투여하여 결핍을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국소적인 출혈의 경우 tranexamic acid 같은 항섬유소용해제도 다소 도움이 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시작되기 전에 호르몬제제를 통해 생리를 억제하거나, 생리가 시작되어 출혈이 심하면 hydrothermal endometrial ablation 등의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정보를 주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상담 절차가 필요하다.

 

[출처 : DiaTreat Vol.5,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