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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소화기내과] 치료가 잘 안되는 과민성 장증후군

손 정 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배변 양상의 변화와 동반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만성 기능성 위장질환이며, 그 증상이 정신적인 요인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회환경에 의해서 악화되기도 한다. 아직까지 과민성 장증후군의 생물학적 표지자가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직접 진단에 이용할 수 있는 생물학, 생리학, 해부학적 특징은 없다. 따라서 실제로는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기질 질환을 제외함으로써 진단에 접근할 수 있다(Diagnosis of exclusion). 최근에는 가족력이 없는 젊은 환자에서는 심한 설사나 복통, 혈변, 체중감소 등 기질적인 질환을 의심하는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한, 증상에 기초한 임상기준을 마련하여 진단을 내리고 검사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경향이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임상 증상은 다양하나 특별한 진단 방법이 없어,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과거력 조사, 완전한 신체검사, 대변 잠혈검사, 기생충검사, 병원균검사가 기본이 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염증성 질환이나 종양을 배제하기 위한 대장경 검사나 대장조영촬영이 추가되어야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진단기준은 1991년에 그 동안 발표된 논문들을 분석하여 해부학적 위치의 특성을 고려한 로마 진단기준(Rome criteria)이 발표되었고, 1998 Rome II 기준으로의 개정에 이어, 2006 Rome III (Table 1)기준이 발표되었다. 개정된 Rome III 기준은 진단기준을 Rome II 보다 덜 엄격하게 하여 연구목적이나 임상에서 이해하고 적용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즉 증상 기준은 최근 6개월 전에 시작된 반복적인 복통, 또는 복부 불쾌감이 최근 3개월 동안 한달에 3일 이상 지속된 경우로 변경되었고, 이러한 증상이 배변으로 완화되거나 배변 횟수의 변화, 대변 성상의 변화 등 세가지 중 두가지 이상을 동반할 때로 정의하였으며 과거에 언급했던 배변빈도 이상(bowel movement 3회 이하, 하루 3회 이상), 대변 형태의 이상(lumpy/hard stool or loose/watery stool), 힘주기, 절박감, 불완전 배변감, 점액, 팽만감 등의 보조적 증상들의 심한 정도가 진단기준에 따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기능성 위장질환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능성 소화불량에 이은 두번째로 흔한 것으로 40% 이상에 달하는 위약 치료율이 말해 주듯 치료율도 높고 자연 치유율도 높으나 반복적, 장기적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이러한 난치성 환자군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크게는 진단이 잘못된 경우와 진단은 맞지만 치료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군으로 나뉠 수 있다.

 

 

진단이 잘못된 경우

 

 

과민성 장증후군은 위식도 역류, 비뇨기 증상, 섬유조직염, 두통, 요통등의 증세와 흔히 동반되기 때문에 소화기내과를 방문하지 못하고 초기에 다른 전문분야에서 다른 진단으로 내려져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가 가끔 있으며, 추적중인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에서 치료가 잘 안되거나 경고 증상(체중감소, 혈변, 발열 등)들이 나타나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이 때는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를 초래하는 악성 질환과 염증성 질환을 포함한 다른 질환들을 감별하여야 한다(Table 2). 여기서는 우리가 임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실제 환자들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기로 한다.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로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타 병원에서 진단, 치료받던 65세 여자 환자가 치료에 호전이 없어 내원하였다. 자세히 문진을 해보니 설사를 자주 한다고 하였지만 그 양이 매우 소량이었고, 과거에 출산 시 난산의 과거력이 있으며 기침이나 웃음으로 대변이 조금씩 배출된다고 하였다. 이에 직장검사와 항문 내압검사로 변 실금(fecal incontinence)으로 진단하고 지사제와 바이오피드백 치료 후 호전되었다.

 

또 다른 경우를 예로 들면 약 10년전의 증례인데 23세 여자 환자가 복통과 설사, 혈변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그 전에 간헐적으로 약간의 혈변이 있었으나 개인 의원에서 치질 때문이라며 복통과 설사에 대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판단하고 치료 중에 증상이 악화되어 본원에 내원하였고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결과 이미 상당히 진행된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되어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법을 동원하였으나 반응이 없어 전대장 절제술을 시행하였다(Fig. 1). 얼마 전에는 동료 선생님 친구 부인이 최근에 변비가 생겨 자가치료를 하였으나 증상이 악화되어 내원하였다. 나이가 48세 이어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본 결과 대장암으로 진단되었다(Fig. 2). 따라서 40세 이상에서 최근에 시작된 변비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52세 여자 환자가 반복되는 복부 불쾌감, 복부 팽만감으로 외래에서 상부 위장관내시경, 대장내시경, 복부 CT 검사 등을 했으나 이상이 없어 약물 치료를 받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내원하였다. 복부 단순 촬영(Fig. 3)에서 기계적 장 폐색 소견이 보였고 과거력을 물어보니 자궁 적출술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유착에 의한 소장 폐색으로 진단하고 수술 후 호전되었다. 돌이켜보면 이전에 호소했던 대장 증상은 과민성 대장 때문이 아닌 소장의 부분 폐색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흔치 않은 질병들도 있다. 55세 여자 환자로 하복부 동통 및 설사로 타병원에 내원하여 대장내시경을 시행 받았으나 이상이 없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 치료 받았으나 호전이 없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내원하였다. 본원에서 다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였고 육안적으로는 이상이 없었지만 여러 군데 조직 검사를 해보니 교원성 대장염으로 진단되었다. 교원성 대장염은 대장내시경에서 정상소견을 보인다.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는 환자에서는 대장내시경 검사상 정상으로 보일지라도 조직 검사를 해보면 교원성 대장염이나 임파구성 대장염 등 현미경적인 대장염이 발견되는 수가 있다는 교과서의 한 구절이 생각나게 하는 증례이었다. 다른 병원의 증례를 소개하면 당뇨 환자가 설사가 지속되어 협진 의뢰가 들어왔다. 대변 기생충검사, 대장내시경, 소장촬영 등을 시행했으나 특이소견은 없었고 현 병력에 대해 문진해보니 당뇨병의 유병기간은 10년 이상 오래되었으며 당뇨병성 신경통의 증상이 있어 자율신경계 검사를 해보니 이상이 발견되었다. 자율신경계의 부조화에 따른 장운동의 이상에 의한 당뇨병성 설사로 의심되어 clonidine 투여하였더니 호전을 보여 당뇨병성 설사로 진단되었다.

 

이처럼 기질적 질환의 증거가 없어 과민성 대장으로 진단되더라도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치료 도중 증상이 변하여 기질적인 질환을 시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검사를 하여야 하겠다. 

 

 

치료가 어려운 경우

 

 

과민성 장증후군의 현재 치료는 근원적인 병태생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능성 위장장애와 마찬가지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므로 특효약이 없고 치료가 힘들다. 즉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이 호소하는 주된 증상을 중심으로 치료를 하더라도 수년간 추적 관찰 후에는 여전히 증상을 호소하여 치료가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를 장기간 추적 관찰해본 결과 대부분에서 증상을 다시 호소하고 있었고 2%이하 소수에서는 기질적 질환이 발생하였으며 진단이 잘못된 경우도 있었다.7) 과민성 장증후군의 임상양상이 만성적이고 증세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므로 증상이 좋아지면 일단 약을 끊는 것이 원칙이고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만 약을 복용해야 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를 치료할 때는 흔히 설사형, 변비형, 복통형으로 나누어 약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설사와 변비를 교대로 호소하는 경우나 설사, 변비, 복통을 모두 호소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적당한 약제선택과 치료가 어려운데 원칙은 주 증상에 따라 치료하도록 한다. 식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똑같은 약을 투약하더라도 식전에 투약하면 증세 호전을 관찰할 수 있고 한가지 약제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병합요법(, anticholinergics + calcium channel blockers)이나 용량 증량(1T 2T)으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때로는 의외의 약제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한 예로, 만성적으로 설사를 호소하는 환자가 여러 약을 써 보아도 효과가 없어 내원하였다. 과거력을 물어보니 전에 소장 끝부분을 잘라낸 수술을 받았다고 하여 Bile salt induced diarrhea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Cholestyramine을 투여해 봤더니 증세 호전을 보였다. 복부 팽만, 복부 불쾌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하였는데 검사에 이상이 없지만 치료약에 반응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오심과 구토를 가끔 동반하는데 위 내시경 검사에도 이상은 없었고 다만 위 수술을 한 상태이어서 혹시 소장내 세균증식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여 새로 나온 Rifaximin이란 광범위 항생제를 써보았더니 증상이 호전된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 약물치료

 

 

과민성 장증후군은 소장이나 대장 운동이 비정상이거나 감각기능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생긴다. 그러나, 장 기능은 고위중추가 조절하므로 장관질환이라기보다는 생물정신사회 장애로 이해해야 한다. , 위장관의 운동이상으로 생긴 증상 때문에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신적인 긴장이 생기고, 이는 다시 위장관 운동이나 감각능에 영향을 주어 증상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별화하여 어떠한 기전이 우세한지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환자에서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약물을 투여하더라도 증상을 호소할 때만 주게 된다. 따라서, 환자가 호소하는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주증상에 따라 효과가 있는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Table 3)

 

 

 

기타 새로운 치료약물로 5-HT3 antagonist Alosetron이 수년 전 개발되어 시범적으로 사용되다가 허혈성 장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판매중단 되었었으나 지금은 다시 다른 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심한 설사형 과민성 장증후군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도록 허가가 되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에서는 5-HT4 agonist 중의 하나로 prucalopride가 개발되었으나 동물실험에서 발암의 가능성이 제기되어 다시 개발 중에 있고, 또다른 5-HT4 partial agonist Tegaserod가 발매되었었으나 대량 임상실험 중에 심장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았다고 하여 현재 보류 중에 있다. 복통형 과민성 장증후군에서 내장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물로 opioid agonist Fedotizine, Alvimopan 등이 해외에서 개발되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부 문헌에서는 난치성 장증후군 환자에서 최면요법 등 정신, 심리적 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는데 치료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에 그 임상적 유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약물들이 개발 중이고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좀더 좋은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