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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정신과] 치매 예방 관리의 임상 실제

 

 

 

이 석 범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과

 

 

 

 

 

 

서론

2006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9.1세로 발표되었다.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이 7%를 넘는 경우를 ‘고령화 사회’, 14%를 넘는 경우를 ‘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2020년경이면 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노년기에도 활발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년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치매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질환들 중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다른 노년기 질환과 달리 치매는 심해지면 결국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되는 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노년기가 되면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된다. 그렇지만 어차피 죽음이 인생에 있어서 불가피한 것이라면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남은 인생을 잘 정리하고 싶은 것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면서 멋진 노년기를 만들어 가는데 치매는 가장 큰 적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 방문하시는 노인 환자들로부터 “내가 치매는 아닌지?, “치매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인지?, “치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치매가 심해지기 전에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의 질문을 받는 것은 이제 임상현장에서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의 진료에 활용 가능한 지식들은 임상분야에 상관없이 노인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의 필요성

 

노인환자들이 기억장애를 경험하게 되면 이로 인하여 자신감이 저하되고 이로 인하여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들도 기피하게 되고 우울, 불안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동기저하와 기분의 변화는 인지장애를 더 심하게 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인지장애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인지오류를 수정하고 보상과 격려, 그리고 불안 및 우울의 조절을 통해 자신감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치매 위험인자의 조절 및 생활습관에 대한 교육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노년기 질환들은 치매와 뇌졸중의 주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에게 이러한 노년기 질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검사 및 약물치료를 통한 조절을 하는 것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흡연과 과음 역시 뇌세포의 파괴를 촉진하여 치매 위험을 높인다. 최근 금연 및 음주에 대한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행동요법과 함께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통한 활발한 두뇌활동과 정기적인 운동은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에게 “이 나이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하는 생각을 버리고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와 같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친목모임, 가족모임과 같은 대인관계도 열심히 유지하도록 하며 주변의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매일 꾸준한 산책과 같은 걷기 운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치매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에 속한다. 그렇지만 위험하거나 과격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피하도록 해야 하는데, 젊은이들과 달리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골절을 입으면 상당기간 동안 활동이 제한되어 기력저하를 유발하게 되고 머리에 충격을 받을 경우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함께 병행하여 교육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도 인지저하 및 치매를 예방하는데 중요하다. 불면은 주간 졸리움을 유발하고 이는 집중력 감소 및 기억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낮잠은 야간 수면을 방해해서 오히려 해가 된다. 따라서 낮잠은 길어도 1~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교육한다.

 

 

가역적인 인지장애에 대한 치료

 

노년기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중에는 적절한 진단 및 치료에 의해서 호전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비타민 부족, 약물과다복용, 우울증, 갑상선 장애가 그 대표적인 원인들이다.

노년기가 되면 노화과정에 의해 비타민의 흡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분들의 경우에도 비타민 부족이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잦은 음주는 비타민 흡수를 감소시켜 비타민 부족이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를 하여야 한다. 기억장애와 관련된 대표적인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B12, 엽산, 티아민 등이 있다. 비타민 검사를 통해 비타민 부족을 진단하여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은 기억장애를 호전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높이는 좋은 임상적 개입이 될 수 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통증 등은 많은 노인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노년기 질환이다. 이 때문에 여러 병원에서 처방한 많은 약들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시로 복용하는 각종 한약, 감기약 등의 약들까지 합치면, 많게는 한번에 20여종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약들 중에는 인지저하를 부작용으로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며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들끼리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 환자 진료 시에는 항상 현재 복용 중인 약들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를 하도록 하고 불필요하거나 중복 처방된 약들을 정리하면 특별한 처방 없이도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인지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

갑상선 장애는 잘 알려진 바대로 기억력 감퇴, 우울, 불안 그리고 심한 경우, 정신병적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기억장애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갑상선 장애에 대한 검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 기억장애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많은 노인 환자들이 신체적, 심리적, 가족 간의 문제로 우울증상을 겪고 있지만 “우울증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 걸리게 된다.”는 편견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매 발병률이 높지 않은 중년에 심한 기억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우울증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 진단 후에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여야 하며, 약물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작용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일반적인 경과와 약물치료의 한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는 기억력 저하와 같은 인지감퇴로 시작되어 점차 일상생활능력의 저하를 가져오며 나중에는 망상, 배회 등의 행동증상을 보이는 악화경로를 밟는다.

현재 donepezil, galatamine, rivastigmine 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 memantine 같은 NMDA receptor antagonist와 같은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결국 중증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치료 과정에 있어서 치매 환자는 수동적으로 약물치료만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으며 자신의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치매 환자 가족도 치료를 받아도 결국 심각한 치매로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함께 자신들도 치매 환자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치매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병행하여 다양한 형태의 비약물치료의 도입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 및 가족을 위한 비약물치료

 

비약물치료는 다양한 형태의 개입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좁게는 치매 환자들에 대한 인지재활 프로그램부터 넓게는 치매가족교실 등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입까지 포함될 수 있다.

, 치매 환자에 대한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환자의 능력과 요구를 반영하는 개별화된 치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자신감과 동기를 불러 일으키며 환자 가족의 경우에도 치매가족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가정기반 인지재활훈련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

 

 

치매 환자를 위한 인지재활 프로그램 

 

기억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몇 개의 하부 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초기 치매 환자는 삽화 기억의 선택적 손상이 특징이다. 특히 부호화, 저장 및 재생하는 단계의 장애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퇴된다. 그러나 초기 치매 환자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니며 의미기억이나 실행기억 등 삽화 기억 이외의 기억 능력은 대체로 잘 보존된다. 따라서 남아 있는 기억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손상이 심한 기억 기능을 보완하는 중재를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억을 향상 또는 유지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인지재활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미 전반적 인지자극이나 현실중심치료와 같은 비특이적 자극 기법들이 경미하나마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최근 기억 과정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면서 초기 치매 환자의 기억을 더 잘 유지 또는 향상시킬 수 있는 보다 특수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이런 기억 중심의 인지재활 기법들이 인지기능 개선제를 비롯한 항치매약물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어 그 효용성이 기대된다.

 

1. 오류배제학습

오류배제학습이란 정보를 최초로 학습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착오를 제거함으로써 기억 효율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기억 장애 환자들은 정보를 습득할 때 상대적으로 내현 기억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학습 단계에서 생긴 착오의 영향을 크게 받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교정하는데도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첫 학습 단계에서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류배제학습은 이름 외우기와 같은 단순한 기억 작업에는 적합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복합적인 기술이나 정보의 학습에는 적용이 어렵고, 효과의 일반화나 유지에도 한계가 있어 독립적인 인지재활 기법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시간차회상훈련 등의 다른 인지재활 프로그램과 병행 사용된다.

 

2. 점진적 단서소실

점진적 단서소실이란 특정정보를 습득함에 있어서 초기에는 습득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충분한 단서를 제공하고 정보가 학습됨에 따라 단서의 일부분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서 최종적으로는 단서 없이 정보를 기억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3. 시간차회상훈련

시간차회상훈련은 제시된 정보의 회상 간격을 점차 늘려가면서 반복적으로 회상시킴으로써 학습과 정보의 저장을 촉진하는 기법이다. 즉 환자에게 정해진 정보를 학습시킨 다음 미리 정해진 시간 간격 후에 회상시켜 성공적으로 재생하면 회상 간격을 점차 증가시켜나가고, 실패하면 다시 정보를 학습시킨 다음 동일 간격으로 회상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시간차회상훈련은 별도의 인지적인 노력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경도 치매 환자에게 시행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손상이 적은 내현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재활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4. 기억보조도구의 활용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정보를 메모하게 하거나, 달력 등에 표시하는 방법들도 손상된 기억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외국에서는 호출기 형태의 기기(뉴로페이지)를 통해 미리 입력된 스케쥴에 따라 특정 시간이 되면 입력된 스케쥴을 알려주는 방법도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