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계가 소아청소년기에 소음성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한 해 4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검진시스템을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교육부는 실제 검진기관에서 시행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나타내며 검진비용 상승에도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키기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 소음성 난청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는 박상호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학술이사가 나섰다.
박상호 학술이사는 2010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12~19세 청소년의 25dB이상 난청 유병율이 5.4%이고, 2012년 국민건강영향 평가조사에서 소음 노출에 취약한 특정 주파수(6000 Hz)에 난청 소견(25 dB이상)을 보이는 비율이 21%이르는 내용 등을 소개했다.
박 학술이사는 “5.4% 유병률로 계산해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태어나는 인구가 40만명 전후이므로 전체 초중고 학생들 중 25만명 정도가 소음성 난청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의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경제적인 비용에 대한 한국의 연구는 아직까지 없지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연구로 이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건강영양조사의 6~19세의 소음성 난청 환자 520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직접적인 경제적 비용은 연간 의료비 1520억원, 특수 교육비 7390억원이며, 생산성 저하에 따른 간접비용은 1조 4960억원으로 추계했다.
이를 미국과 한국의 인구 비례에 따라 계산해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연간 3978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비용이 소요된다.
박 학술이사는 소음성 난청 사업의 유용성에 대해 조기 진단 후 적절한 예방 교육을 시행하면 소음석 난청의 절반 이상은 예방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그는 “소음성난청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용 음향기기를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 듣는 것이 중요하며 하루에 1~2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또 1시간 사용하면 최소 10분 이상은 휴식을 취하도록 부모의 가정 지도와 교사의 학교지도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학술이사는 청소년 소음성 난청의 심각성을 왜곡하는 것은 학교 청력 검사의 낮은 신뢰도가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정확한 청력검진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박 학술이사는 “현재의 학교 청력검사가 부정확한 이유는 미흡한 검사항목 및 환경 때문”이라며 “난청여부와 난청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주파수에 따라 소리의 강도를 조절해 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를 측정해야 하고 소음성 난청에서 특징적인 청력 저하를 보이는 4000Hz의 주파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청력검사는 저주파수, 중주파수, 고주파수를 포함한 각 주파수 별 청력을 검사해야 하며, 독립된 음차폐 시설 내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박 학술이사는 소아청소년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해 ▲사회 경제적 큰 부담 요소인 난청 조기 발견을 위한 청력검진의 주기적 시행 ▲신뢰할 수 있는 청력검진 시행 ▲급증하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예방 교육 시행 등을 제언했다.
참석한 토론자들 역시 소아청소년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 중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박미향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난줄사위원회 위원장은 소아청소년 소음성 난청은 비가역적이고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더욱 위험하지만 조기 발견시 예방이 가능환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소아청소년 소음성 난청은 일반적인 난청, 근로자의 소음성 난청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며 조기에 위험군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준과 방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며 “예방교육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합당한 기준과 방법을 통한 청력검진으로 위험군을 조기해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이과학회 채성원 공보이사는 “달팽이관의 유모세포 및 청신경은 손상을 받으면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음성 난청의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며 “또한 개인에 따라 소음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지만 그 정도를 미리 검사할 수 있는 도구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은 예방이 최선이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소음의 노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소음 차폐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채 공보이사는 “소아청소년기에는 난청이나 이명의 불편감을 못느끼나 10~15년이 지나면 최대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며 “소아청소년 난청을 조기발견하지 못해 고도 난청으로 청각 재활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특수학교를 다녀야 하고 더 집중적인 관리를 요하게 돼 결국 국가나 지역사회가 지불할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발제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검진기관의 시행 가능 여부와 검진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조명연 과장은 “현재 건강검진기관에서 발제문의 내용과 같이 여러 가지 주파수를 이용한 정밀한 청력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새로운 청력검사를 실시하도록 검진방법을 마련하더라도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지정받은 검진기관에서 이러한 검진을 시행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검진방법 변경에 따라 수반되는 검진비용의 증가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며 “아무리 정밀한 검진이라 할지라도 검진에 소요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학교 재정운영에 무리가 된다면 검진비용을 직접 지급하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검진방법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역시 즉각적인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황상철 사무관은 “소아청소년 난청 검진이 국가건강검진에 적합하다고 단언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국가건강검진은 한정된 재원으로 꼭 필요한 검진을 효율적으로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더라도 포함되지 않는 경우 많다”고 말했다.
황 사무관은 “소아청소년 소음성 난청 청력검진 도입 검토를 위해서는 유병률이나 질병부담, 비용효과성 대한 의·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단 국가지정 검진기관 중 방음부스가 설치된 곳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구강검진기관처럼 별도의 검진기관을 지정해서 실시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노환중 이사장,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홍일희 회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