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국에 투자한 병원사업이 기로에 서있다. 좌초할까, 아니면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정상화에 나설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SK그룹의 투자로 ‘한·중 합작병원 1호’로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연 SK애강(愛康)병원이 개원 1년8개월 만에 주주들의 첨예한 내부 갈등으로 시련에 봉착했다.
이 같은 갈등은 컨소시엄 형태로 애강병원에 참여한 5개 병원(예치과, 탑성형외과, 초이스피부과, 유니온이비인후과, 새빛안과)측은 SK측에서 유상증자를 요구하자 최근 긴급 회동을 갖고 병원 경영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증자에 참여할수 없다는 입장을 조율 하면서 불거지고 있다.
현재 5개 병원들과 SK측의 갈등은 추가 병원 건립을 비롯한 대주주 지분율 축소와 소유ㆍ경영의 분리로 압축되고 있다.
5개 병원측은 *영업실적이 우수한 성형외과 중심으로 애강병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앞으로 2년내 상하이나 칭다오 등지에 직영점 2개소와 합작병원 4개소를 추가로 설립하고 *SK 측의 지분율을 60.4%에서 50% 미만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년 연말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지분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병원들은 애강병원의 월 매출 18만불(1억8000만원) 가운데 10만불 이상을 성형외과에서 벌어들이고 있어 성형외과 중심의 미용전문병원을 추가로 설립하며, 중국내 의료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대주주 지분율을 대폭 낮춰야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들 병원들은 대주주도 그룹 차원의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에서 SK케미칼 등 의료분야 유관 기업으로 바꾸고, 병원 대표도 현행 SK차이나 측의 인사가 아니라 의료경험이 있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SK측의 경영방식에 불신이 쌓였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병원들은 SK측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관리보다 일반기업처럼 마케팅이나 광고 위주의 원칙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개원 초기에 치과,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에 걸쳐 6명에 이르던 한국인 의사 수가 현재는 3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강병원의 적자가 월 2000만원 정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비가 중국 현지 병원보다 1.5배나 비싼고 한국인 의사수가 줄어들어 고전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인 보다는 한국인 환자 유치를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으로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병원의 손익분기점 달성이 임박한 만큼 추가 개원보다는 애강병원 정상화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며, 지분율 축소나 대주주 변경은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SK그룹측은 "병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아직 SK측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만은 살려야 한다는 데는 병원장들과 합의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병원장들의 생각은 SK측과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정성일 탑성형외과 원장은 "금년 6월 처음 운영상 문제를 제기했는데 SK에서 성의있는 답변을 미루어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렀다"며 "애강병원에 대한 SK측의 열의가 예전 같지 않아 지분을 SK측에 모두 매각하고 결별하는 방안까지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5개 병원장들은 조만간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건의서를 e-메일로 SK 측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어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강희종 기자(hjkang@medifonews.com)
200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