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심평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결과 263개 병원 중 1등급 병원이 12개 불과한 것과 관련 학계와 병원계가 법 개정 및 정부의 중환자실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에서 주최하고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주관한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22일 오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발제에 나선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의무화, 병원 규모와 역할에 따른 평가, 의분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중환자실 부담 완화 방안 등을 주문했다.
임 회장은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대상 263개 병원 중 1등급은 12개에 불과하고 몇 개 시도는 1등급 중환자실이 전무했다”며 “병원 간 차이도 커 100점을 얻은 병원이 있는가 하면 20점이 안되는 병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후진성은 치료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 회장은 “2010년 신종플루의 경우 사망률이 평균 14% 였는데 우리나라는 33%였고, 중환자실의 대표적인 질환인 패혈증의 경우 우리나라 사망률이 선진국의 2배이다”라며 “국내 병원간 중환자실 사망률도 신종플루 4배, 패혈증 3배까지 차이가 났다. 동일한 병이지만 입원하는 병원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1/3, 1/4로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개선방안으로 먼저 “중환자는 중환자 전문가에게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법 시행규칙 34조의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는 안 둬도 된다는 의미”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임 회장은 우리나라의 모든 중환자실이 1등급일 필요는 없다면 병원 종별 간 중환자실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향후 상종 지정이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는 병원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중환자실 수준들이 층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국민의 생명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종의 인력 기준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임 회장은 “중환자의 생존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이 의료진의 숙련도”라며 “내년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에 가장 위축될 곳이 중환자실이다. 환자 안전의 가장 좋은 장치는 볍률 이전에 의료인의 숙련도와 사기”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학계와 병원계 패널들은 중환자실 생존율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쏟아냈다.
대한병원협회 박진식 보험이사는 중증도 반영과 종별 역할에 따른 중환자실 평가체계 구축, 준중환자실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박 보험이사는 특히 “종합병원은 100병상 이상의 소형 종합병원부터 상종 수준의 대학병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종합병원 단일수가는 정확한 보상의 한계가 발생한다”며 “종병 수가 인상을 통해 환자 안전 및 질 향상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수가 개편도 주장했다.
또한 “중환자실 의료질 향상과 병원 간 질적 차이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며 “응급의료 정책과 같이 지역별 거점 중환자실 기관을 지정해 인력 및 장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중환자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은 간호사 입장에서의 중환자실 질 향상 방안을 제시했다.
이순행 회장은 “중환자실 간호사는 언제 상태가 나빠질지 모르는 중환자를 24시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의료인”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 간호인력 기준의 최하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중환자실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를 2명 혹은 그 이하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영국은 인공호흡기 적용환자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하고 에크모 환자일 경우는 2명의 간호사가 1명의 환자들 담당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중환자실 간호인력의 전체 평균은 간호사 1인당 환자 5.95명을 담당하고, 상종은 3.3명, 종병은 6.44명을 담당하고 있다”며 “우선 상종이라도 중환자실 간호등급을 상향 조정해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2명을 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또한 예를 들면 에크모 같은 전문적인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전담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등의 세부기준이 필요하다”며 “모든 병원에 높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김 윤 교수는 현 체계는 좋은 중환자실이 수가를 손해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낮은 인력 배치 수준, 중환자실간 의료 질 격차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윤 교수는 “차등 수가를 정교하게 재설계하고 차등 수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력수준이 높은 중환자실은 더 높은 원가 보전율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법 시행규칙 34조를 개정해 전담전문의 배치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등급별 가산, 간호등급별 간호인력 가산 등 중환자실 등급별 적정 수가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며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보다 병원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 바람직하다. 권역거점병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형훈 과장은 심평원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정부의 중환자실 질 향상 개선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형훈 과장은 “지난해 9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와 간호사 배치에 따른 차등 인상을 하도록 했다”며 “투입되는 재정이 1085억원 정도이다. 이는 중환자실로만 보면 50%정도 인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성평가 결과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온 이유는 평가에 사용한 데이터가 지원 이전의 시점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며 “수가인상과 함께 진료환경이 개선되겠지만 결과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계와 병원계, 소비자, 정부 등이 만나는 협의체 구성은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수가인상에 대해서는 인상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응급실의 경우 수가를 인상하고 기준을 강화했더니 지방에서는 응급실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우선순위를 갖고 체계를 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과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근무 규정 만들어 입법예고 하는 중”이라며 “다만 법 개정과 수가 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인력수급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