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정부와 제약업계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사용량-약가연동제의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진흥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보건산업 정책개발 수요조사 연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사용량-약가연동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보건의료체계 보장성 논의가 힘을 가질수록 의약품 산업이 지닌 시장적 특성은 무시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재정문제와 연관되는데 국민의 약제비 지출이 증가할수록 재정에 미치는 압력도 커지기 때문.
이에 정부는 2012년 약가를 일괄 인하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유형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운영하면서 의약품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왔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대표적인 의약품 가격통제 정책으로 전년 대비 사용량 변화가 큰 의약품을 약가인하 대상으로 지정함으로서 지출규모를 통제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내용이다.
진흥원은 보고서에서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정부와 제약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며, 지속적인 논쟁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정부는 제약업계가 받는 손해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반면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약업계가 받은 손해를 과소측정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시장의 탄력성을 위축시키며 기업의 R&D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입장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가격을 조작하기 때문에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논의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정부 역시 보건의료체계 보장성 가치를 내세워 적정수준으로 이익형량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흥원은 총액제한, 환자단위 사용제한, 투약시 반응 없는 환자의 경우 약가 환급(조건부 지속치료 및 환급), 보험청구액 일정 비율을 공단에 환급(리펀드) 등 여러 규칙을 근거로 ‘조건부로’ 약가 부담을 절감하는 제도인 ‘위험분담제’를 새로 떠오른 대안으로 주목했다.
특히 효력이 임상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신약의 경우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아도 보험급여를 조건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로에 속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
이어 진흥원은 의약산업이 국제경쟁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면서 기존 논의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흥원은 “의약산업의 잠재적 성장가능성과 국제경쟁력이 화두가 되면서 제약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라며 “이는 인위적인 가격인하로 인해 특히 국산 의약품의 수출경쟁력 내지 가격협상력이 약화되거나, 낮은 약가로 인해 현지 공급업체가 마진을 남기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진흥원은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보건의료체계의 보장성이 이슈가 되는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흥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제약업계에 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연동제를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며 “다만 정부는 사용량 약가 연동 ‘환급제’ 시행을 통해 절충을 시도한 바 있다. 신약의 해외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 하에 사용량-약가 연동으로 인한 약가 인하를 유예한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흥원은 사용량 약가-연동 제도가 상황적응적으로 적용되거나 변모해 왔다고 부언했다.
진흥원은 “상황적응성이 강해질 수록 환경의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에 취약하다. 시장적 관점에서, 사용량-약가연동는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면 제약산업이 정부로부터 ‘성장산업’ 으로서 여러 형태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중은 낮은 반면, 의료비 지출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진흥원은 “이 논란은 사용량-약가연동제가 지속되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별도의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연구가 요청되는 지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