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전문위원회 강석하 전문위원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되는 5가지 이유를 발표했다.
오진의 위험성이 있고, 편의성·비용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며, 환자 전원은 한의사가 아닌 의사가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한의학은 현대의학과 상이하며, 궁극적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달려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전문위원은 26일 의협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20기 대한전공의협의회 정기대의원총회 현안 토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강 전문위원은 오진 위험성에 대해 “한의대 본과 4년 과정만으로도 혼자서 온갖 질환을 다루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단용 현대의료기기를 다루는 의사들은 의과대학에서 기초지식과 임상실습을 교육받고 대개 수련의와 전공의 과정을 통해 5년 정도 경험과 지식을 더 쌓는다는 설명이다.
강 전문위원은 “그럼에도 각 과의 전문의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에 국한해 의료기기를 활용하며 영상의학과나 다른과 전문의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며 “한의사들과는 달리 이것저것 다른과의 진단도 내가 다 할 수 있다고 나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교육을 통해서라도 사용할 자격을 달라는 한의계의 입장도 선뜻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학문의 기본 원리부터 임상교육 경험까지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한의사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안전하게 진단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강 전문위원은 환자의 편의와 의료비보다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강 전문위원은 “환자의 편의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특히 위험하다. 의료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한의원 치료 예후 평가하는데 편리하다는 이유로 한의사에게 진단을 맡길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의에게 점검을 받는 편이 질병 관리에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비 감소 논리는 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단자료를 받아 한의원에 가게 되면 진료비를 이중으로 부담하지만 한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 절약된다는 주장”이라며 “그러나 한의원에서 불필요한 진단기기 사용이나 오진으로 인해 증가되는 의료비용을 감안하면 전체 진료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그는 환자 전원 여부에 대한 적절성을 따져 봤다.
강 전문위원은 “진행성 질환이나 위급한 질환에 대해 한의학이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현대의학적 치료가 필요한지 한방 치료만 받아도 되는지는 한의사가 아닌 의사가 먼저 평가해야 한다”며 “실제로 한의사의 진단을 믿고 있다가 심각한 질병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불상사가 벌어진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올해 초 응급의학과 전문의 65명을 상대로 한방 부작용 사례에 대한 경험을 설문조사한 결과 부작용뿐만 아니라 오진 피해사례도 많았다”며 “뇌경색 환자를 한의사가 붙잡아두고 있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담낭염 환자, 담관염 환자를 한의사가 단순히 체한 증상으로 생각해 침과 뜸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 온 경우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상이한 점도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로 꼽았다.
강 전문위원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체 장기는 과학에서 말하는 장기와 차이가 있다”며 “심지어 일부 한의사들은 한의학에서의 오장육부는 해부학적 장기가 아닌 기능적인 측면을 말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학적 병증은 한의학적 장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현대의료기기는 과학적, 현대의학적 장기를 검사할 수 있을 뿐이지 한의학적 장기를 탐지할 수 없다. 현대의료기기는 환자의 분노 원인을 간에서 찾아내주지 못한다”며 “한의사에게 현대의학적 진단기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방 원리를 토대로 한 한방의료기기를 발전시키는 편이 합당하다”고 당부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강 전문위원은 “한의사가 자유롭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발전에 관계가 없다”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그 원리가 과학과 상충되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한방 치료법들이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부터 검증하는 일”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아니라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