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보험사도 만성질환 관리 등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이나 처방은 의료행위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실천을 권유만 하는 것은 비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공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연구위원은 30일 코리안리빌딩에서 열린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활용방안’ 정책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보험연구원이 주최했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의료법이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고, 판례나 정부의 유권해석에 의해 의료행위의 개념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특정 행위를 권유했을 뿐 병상이나 병명이 무엇인지를 규명해 판단을 하거나 설명을 한 바가 없는 경우’는 비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건강생활서비스의 의료행위 여부에 관한 직접적 판례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 미국, 호주 등은 건강생활서비스를 4단계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이들 국가들의 제공 서비스가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상이나 병명 혹은 건강상태 규명, 건강수준에 따라 적절한 처방 등은 외국에서도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실천을 권유하거나, 병상이나 병명 혹은 건강상태를 규명·처방하지 않으면 비의료행위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즉 진단이나 처방 등의 의료행위가 아닌 헬스케어서비스는 의료인이 아닌 보험산업에서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연구위원은 “현재도 판례를 따른다면 부수업무 및 자회사 형태로 비의료행위 제공은 가능하다”며 “그러나 현 법제 하에서는 부수업무·자회사 신고 부재로 가능 서비스는 제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평가가 필요 없는 피동적 소비자 인센티브 서비스는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과기반의 적극적인 인센티브는 불가능하다.
또 생활습관 개선 지원서비스도 피동적 정보제공만 가능하고 피드백 등을 이용한 적극적 지원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부수업무·자회사 신고를 하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처방전에 기초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물론 의료법상 유인·알선 금지 규정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적극적 제공 유인 미흡 및 수행주체 불분명의 문제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건강보험이 가교역할을 하면 해소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요약하면 의료행위는 의료기관이, 비의료행위는 처방전에 기초해 비의료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보험이 가교 역할을 하라는 주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의 2016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강생활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다는 대답이 81.9%에 달했다”며 “필요성은 느끼지만 규칙적인 습관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서비스 공급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에서도 최근 미미하나마 건강행위기반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생활습관 변화 실천지원 서비스는 부재한 상황이다”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는 ▲피동적 인센티브 제공에 국한돼 있고 ▲습관변화 지원 서비스 제공이 부재하며 ▲전문프로그램 개발이 없고 ▲부수업무 혹은 자회사 연계 역시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생활서비스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복합 된 고도의 서비스로 산업간 유기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비의료행위에 대한 업무 신고를 수리하게 되면 보험산업이 소비자 부담없이 건강생활서비스 활성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국민건강보험은 사회통합의 원칙 하에 운영돼 인센티브 제공과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민간부분을 활용해 국민건강 증진 및 의료비 절감을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토론에는 보험산업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대부분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냈지만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제공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복지부나 건보공단, 의료계 토론자 등은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