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를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는 본인부담을 달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모두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의료계는 단순 가격 비교에 그치는 무의미한 비급여 공개를 지적하며,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마련과 원가보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3일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비급여 진료비 현황과 국외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서 건보공단 서남규 의료비연구센터장은 비급여 진료비의 구성과 현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의대 김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을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서남규 센터장은 비급여 발생유형을 비급여 코드가 있는 의학적비급여①, 급여 코드를 사용하지만 급여기준을 초과한 의학적비급여②,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재증명료 등의 법정비급여, 미용성형 등 신체의 필수 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합의비급여, 현재까지 분류하지 못한 미분류비급여 등 5가지 항목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의학적비급여①(21.9%)와 의학적비급여②(32.7%)가 전체의 54.6%를 차지했으며, 법정비급여 32.9%, 합의비급여 6.1%, 미분류비급여 6.2%의 구성비로 나타났다.
서남규 센터장은 “종병급 이상 비급여 진료비는 상당부분 의학적이므로 급여확대를 통한 해소가 바람직하다”며 “또 이미 관리가 가능한 코드 부여 항목 및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진료비가 85%를 차지한다”고 분석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의학적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 사항이 많다. 가입자와 공급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라며 “본인부담을 달리하는 선별급여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윤 교수 역시 모든 의학적비급여의 신속한 해소를 강조하며 신포괄수가제와 필수 비급여의 포괄 본인부담금 상한제, 일차의료 보장성 강화, 신규 비급여 발생 억제(혼합진료 금지, 환자의 비급여 사전동의제 및 병원의 신의료기술기관 승인제) 등을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제안했다.
김 윤 교수는 “의료계는 포괄수가 통제로 인한 수입 감소와 신의료기술에 대한 제한적 보상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적정 수준의 수가 설정이 필요하다. 또 전문가 참여 기반의 투명한 수가결정기전과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상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장성 강화는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과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3대 비급여를 해소화는 효과가 있었지만 의학적 비급여 해소에는 한계를 보였다”며 “보장성강화와 의료체계 구조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입원은 비급여를 포괄하는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고 외래는 건강보험급여 확대를 통한 일차의료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신포괄수가제, 혼합진료 금지 등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원가에 대한 적정수준의 보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진호 보험이사는 “발제자의 내용을 들어보면 의료시스템 개혁이 가능한 것 같지만 저 재원마련을 어떻게 다 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비급여 관리와 관련해서는 일단 가격 공개를 하고 있는데 표준화되지 않은 단순 가격 공개는 무의미한 정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현장 목소리를 듣고 국민들의 불편함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저는 정형외과 임상의사인데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골다공증 검사를 100%본인부담으로도 할 수 없게 된다. 보장률 수치를 얼마 올리는 정책보다 공급자와 충분한 협의를 통한 국민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보험위원장은 “우리나라 보험급여체계는 세계 어느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비용효과적인 제도”라며 “더불어 국민이 요구하는 보장성 강화까지 달성하려는데 재정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공급자와 가입자 충돌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 급여체계는 분명 저수가이다.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 가입자와 공급자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포괄수가제, 혼합진료 금지 등 이런 문제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 어디까지 원가를 인정할 것인지 의료계와 가입자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김한숙 서기관은 “비급여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착한 비급여도 있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별로, 의사 개인별로 합의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또 다른 난제가 가격 결정구조”라며 “선별급여를 통해 급여권으로 들이려고 해도 얼마의 가격을 줘야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미용성형 등 비필수비급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보장률 계산 분모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금일 토론회는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를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첫 번째 자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